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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호 May 18. 2021

3.7kg와 5.8kg

너무 작아서 걱정 조금만 무거워도 걱정

  나의 고양이 흰둥이는 3.7키로에서 3.8키로를 오간다. 한 품에 안으면 작은 뼈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4키로도 안된다니 이건 작아도 너무 작은 게 아닐까. 이 세상을 고작 3.7kg 정도밖에  차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당장이라도 흰둥이가 바스라 질 것처럼 불안해진다.


  그럴 때면 나는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검은 고양이 키키를 잡으러 살금살금 기어간다. 나를 어지간히도 싫어하지만 늘 2m 반경 안에 있는 녀석. 이 녀석은 구석에 몰리면 바닥에 납작 붙어버린다. 그때 낄낄 웃으며 재빨리  들어 올린다. 어이쿠.. 가볍게 휙 들어 올려지는 흰둥이와는 달리 이 녀석은 들기도 버겁다. 흘러넘칠듯 품에 꽉 차는 키키의 무게는 5.8키로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아.. 이건 너무 무거운 거 아닌가.. 우리 애기 안 건강하면 어떡하지. 오래 못 살면 어떡하지.


  아마도 벌써 먼 훗날이 무서운 것이 아닌가 싶다. 작아도 좋고 무거워도 좋으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줘,라고 중얼거리며 오늘도 체중계 위에 고양이를 안아들고 올라선다.


그래도 3.7kg은 이 험한 세상 살기 너무 작은 거 아닌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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