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동네 고양이를 찾아 떠나는 고양이 탐험대
하늘이 어두움에서 깜깜으로 변할 때면 우리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는 집을 나선다. 동네를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두 눈을 부릅뜨고는 어디 고양이 없나아, 하고 돌아보는 것이다. 일명 <고양이 탐험대>라 부르며 매일의 탐험을 지속하고 있다.
주말부부를 할 때에 둥이(aka 남편)는 어느 날 갑자기 혼자 동네를 돌며 고양이들을 살피곤 했다. 고양이 밥을 주는 건가 했더니만 자기 고양이가 아니기 때문이 함부로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럼 물이라도 줘봐 길 고양이는 깨끗한 물 마시기가 쉽지 않대, 라는 나에게 둥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것도 안돼라고. 동물을 좋아하기는커녕 길 가다 만난 고양이를 내가 만지는 시늉만 해도 손 씻으라고 질겁하던 남편이 밤마다 고양이를 보겠다고 나서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밥도 안 주고 물도 안 줄 거면서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고양이를 보러 가는지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주말에 함께 동네를 돌아보니 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 놈이 고양이가 있을만한 곳을 가겠다며 가로등도 없는 골목 구석까지 무서워 무서워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밤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심지어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여기엔 몇 시에 얼룩이가 나타나고 저기엔 검은 고양이가 살더라 하며 줄줄 고양이들의 집중 출몰 지역을 안내했다.
죽은 친구를 하염없이 지키는 고양이를 발견했을 때, 아기 고양이를 여럿 끌고 다니던 엄마 고양이가 한 마리만 데리고 나타났을 때, 삐약삐약 소리를 내는 주먹만 한 고양이를 보았을 때, 한약방 창문에 빼꼼 얼굴만 내민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마다 우리는 숨죽여 고양이들을 관찰했다. 몇 주를 그러더니만 둥이는 어느 날 덜컥 진심을 꺼냈다. “나 고양이 키우고 싶어.”라고.
우리 집에는 지금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 있다. 고양이 탐험대가 곧바로 고양이 입양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 탐험이 시작임은 분명하다. 이제 둥이는 매일 우리 집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사료를 부지런히
채우는 충실한 집사로 살아가지만 우리의 탐험은 다행히도(?) 끝나지 않았다.
어제는 둥이의 손을 냥냥 펀치로 날려버리려던 눈빛이 형형한 녀석을 만났고, 계단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무늬가 제멋대로인 아기 고양이들도 발견했다. 매일 한 번은 꼭 지나가는 일곱 고양이 집도 빼놓을 수 없지.
아, 세상에 고양이가 있어서 이토록 흥미로운 건가! 고양이 탐험대를 창단해 준 둥이에게 무한한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고양이 탐험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