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을 보내며
나는 나를 아주 잘 알고있다. 방학 직전에 바쁜 걸 항상 알고 아무리 미리 준비해도 이 때가 되면 여유로울수가 없다. 어제는 밤 열시가 다 되도록 치우고 또 치우고 미리 할일을 적었는데도 아직도 마음이 편치 않다. 할일도 수두룩 빽빽하다. 게으름피지 않고 교실을 치우고 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끝의 끝까지 부랴부랴 정신이 없다. 늘상 맘만 먹으면 아침이고 점심이고 출근할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학교를 다니다가, 이제는 맘먹고 나서야 하는 곳에 학교가 있어서일까. 안 올 것도 아닌데 괜시리 더 잘 해두고 싶다.
창가에 삐뚤빼뚤 널려있는 손걸레에서, 그렇게 열심히 검사하고 치웠으나 여전히 굴러다니는 교실 먼지에서 나는 나 없이 그리고 교실의 주인들 없이 뜨거운 여름날 가만히 교실에 남겨질 책상과 의자의 기분을 생각해본다. 학교신문, 가정통신문, 방학계획서, 몇날며칠을 매달린 성적표까지 하나하나 찍고 겹쳐 L자 파일에 넣으며 나는 너희들을 생각해본다. 말도 지지리도 않듣고 끝까지 친구랑 투닥이는 너희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본다. 내일이면 이 교실에서 긴 여름을 잘 보내자고 인사를 하고 미련없이 신나게 뛰어나갈 작고 소중한 아이들.
그리고 나는 방학을 맞이하지 못한 너를 생각해본다. 아이야, 친구들은 아직도 너를 아무렇지 않게 부른단다. 선생님만 괜히 눈물이 나나봐. 책상에 앉으면 교실 뒷판 한 가운데 종이 한 장만큼 차지한 너의 자리를 매일 본단다. 아이들이 교실을 떠나면 선생님은 혼자 네 사물함을 열어본단다. 네가 숨을 불어넣어 소리를 내던 리코더는 차마 만질수도 없어 네 실내화만 한 번 만져본단다. 신발장에서 치우고 싶지 않아 가만 두던 너의 실내화. 다른 친구가 네 실내화만 제일 깨끗하다며 이야기 할 때, 선생님은 가슴이 철렁해 네 실내화를 사물함에 넣어두었단다. 미안해. 우리는 아직도 네 얘기를 한단다. 친구들은 웃으며 네가 있을 적 이야기를 하고, 선생님은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듣고만 있단다. 더 사랑해 줄 걸, 친한 친구랑 앉게 해 줄걸, 좋아하는 체육 많이 시켜줄걸, 지난 번 속상할 때 더 이야기 들어줄걸, 금요일에 집에 가는 얼굴 잘 기억해 둘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