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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 유 Sep 18. 2023

품격의 비상체

묵념의 시간

어제저녁, 거미줄에 걸린 반딧불이를 보았다.

며칠 전부터 집으로 들어오고 싶은지 창문을 서성이던 아이였다.

눈인사를 나누었기에 정든 사이다.

지나칠 수 없어 구해주고 보니, 너무 늦었구나.  거미에게 무장해제 당한 모습이다.  


그러나 반딧불이는 죽은 뒤에도 빛뿜을 멈추지 않았다.

긴 밤을 개운 새 아침, 지금도 그는 빛을 낸다.


날개를 퍼덕이며 소나무 위에 앉은 백로처럼 내 마음은 먼 곳을 응시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거미줄에 칭칭 감긴 포로의 신세인가?

아니면 죽어서도 빛을 남기는 품격의 비상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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