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 인간] #1. 퇴사자의 먹고살고니즘의 대한 고찰
회사를 그만뒀다.
무려 10년을 훌쩍 넘긴 긴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자발적으로 '회사 밖 인간'이 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매달 꼬박꼬박 (가끔은 밀린 회사도 있었지만) 들어오던 월급이 완전히 사라지니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머릿속에는 '나, 앞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깊게, 깊게 뿌리 내린다. 주변에 웃으며 육성으로 이를 내뱉기도 하지만, 실상 보여지는 것보다 마음은 더 심하게 오들오들 떨고 있을 것이다. 초반 이 불안감을 넘기지 못하면, 결국 또 다른 회사로 돌아가게 될 뿐이다.
회사 밖으로 나온 뒤, 당장 어떻게든 마음을 단단하게 다잡는 과정이 중요하다. 명상이 됐든, 운동이 됐든, 여행이 됐든, 음주가무가 됐든, 넷플릭스 몰아보기가 됐든 아무튼 불안한 마음이 싹 트지 않을 정도로 무언가에 집중하면 좋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머리가 좀 차가워지면, 퇴사로 내가 이루고자 했던 삶의 형태를 그려보면 좋다.
나는 왜 그토록 회사 밖으로 뛰쳐나오길 갈망했는가.
업계 특성상 늘 누군가에게 쫓기는 것처럼 정신없이 살았던 터라, '느릿하더라도 주체적으로 일하며 삶의 밀도를 높이고 싶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자'를 바랐다. 공장처럼 영혼을 뺀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아닌, 부끄럽지 않은 내용물을 만들어보고 싶은 바람도 있었다. 현실적 벌이 목표는 퇴사 전 월급 정도로 우선 책정하고, 그 선까지는 맞추기 위해 어느 정도 타협도 해보고, 가끔씩은 자발적 열일 모드를 발동하기도 했다. 그래도 스스로 위로해보면, 이렇게 힘든 코시국에 1년이나 버티며, 어쨌든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실로 다행이다.
평생 직장 따위는 없다. 나를 진정으로 위하는 회사나, 상사도 웬만해선 만나기 힘든 것이 팩트다. 그저 우리가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퇴사를 언제쯤 하느냐, 얼마만큼 유익한 퇴사를 하느냐 정도가 아닐까.
(덧) 아마도 1년간 찾아와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는 "나도 회사 그만두고 싶다"였던 것 같다. 그런 그들에게 말했던, 때로는 나 자신에게 들려줬던, 그런 생각을 모아서 정리해보고 싶어 [회사 밖 인간]을 끄적이기 시작한다. 적어야 비로소 생각이 정리되는 아날로그적 인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