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어려운 일이 7살 아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뭘 어떻게 놀아줘야 할지 모르겠다. 놀아달라고 하면 대답은 "그래"라고 하지만 머릿속은 하얀 백지상태가 된다. 기껏 노는 것이 색종이 접기, 그림 그리기, 그리고 가끔 역할놀이이다. 머릿속을 쥐어짜면서 역할놀이를 한다. 그마저도 10분이 최대이다.
오늘은 포켓몬 역할놀이를 하였는데 아이의 상상 포켓몬 캐릭터를 설명하는 독백이 길어져서 시간이 잘 갔다. 역할놀이 스토리도 생각나는 대로 말했더니 싫지 않는 눈치이다. 같이 놀았다기엔 좀 부족했고, 아이가 구구절절 말하는 걸 최대한 들으려고 하였고 중간중간 내 캐릭터 이야기도 하고 상황설명도 해주면서 아이의 놀이를 도와주었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클라이맥스도 없었고 흥미 있는 상황도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녁 먹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은 아빠가 일찍 퇴근한 행복한 저녁이다. 아빠가 고기를 다 굽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놀이를 멈추고 저녁을 같이 먹어야 할 타이밍이다.
하지만 순순히 밥을 먹을 아이가 아니다. 더 놀고 싶다고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놀고 싶은 나의 의지와 에너지가 '0'이 되었다. 더 놀아달라고 놀아달라고 생떼를 피우는 아이와 마주하는 건 정말 힘들다. 그것이 하루이틀이 아니라 자주라면 더더욱. 화가 목구멍까지 차 왔지만 겨우 부여잡고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지 물었다. 설왕설래 끝에 10분으로 합의하고 더 놀기로 했다. 이래저래 시간이 흐르고 "5분 있다가 밥 먹는 거야"라고 하자 또 생떼가 나온다. 나도 모르게 화가 섞인 짜증이 나와버렸다. 화내긴 싫었는데 속상하고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 멈추지 않는 아이의 짜증. 다 두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너무 심적으로 힘들었다. 울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힘들어서 이불속에서 엉엉 울었다.
누워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계속 이런 식으로 끝나면 놀아주는 엄마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다정하고 친절한 엄마가 되고 싶다. 화내고 짜증 내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다. 아이에게 내일 말할 것이다. 계속 이런 식이면 엄마는 '밥 하는 엄마', '책 읽어주는 엄마'는 할 수 있지만 '놀아주는 엄마'는 못할 것 같다고.. 아이와 잘 노는 엄마들이 부럽다. 아마도 그 엄마들에게는 예전에 잘 놀아주셨던 친정부모님이 계실 것이다. 내가 해보지 못하고 받아보지 못한 경험을 아이에게 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내 능력에 맞게 60점짜리 엄마로 만족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