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사정으로 아이와 7살 때 이전 살던 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새로운 곳에서는 딱 1년만 살고 다시 이전 동네로 이사를 올 계획이다. 새로운 지역에서도 아이가 새로운 친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지만, 불행히도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이는 없었다. 놀이터에서도 가보았지만 이미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들의 놀이에 끼기가 쉽지 않았다. 엄마의 마음이 쓰라렸다. 이전 동네에서의 생활이 그리웠다.
아이가 5살, 6살 때 살았던 동네는 유난히 아이들이 많았다. 유치원이 끝나면 삼삼오오 아파트 놀이터에서 저녁시간 전까지 신나게 놀았다. 아이가 무척 행복해했다. 덕분에 나도 아이 친구엄마들과 매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엄마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고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었다. 아이 크는 이야기, 아이에 대한 고민, 반찬 고민, 드라마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듣고 있으면 에너지도 얻고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하원하고 나면 아이도 나도 같이 만나서 놀 친구가 없으니, 아이를 대해야 하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이다. 아이는 에너지가 많고 계속 재미있는 걸 해야 하는 활동적인 성향이다. 혼자 노는 것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한다. 문제는 엄마가 에너지가 많은 사람이 아닐뿐더러 남자아이 놀이에 대해 몰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원하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몇 시간 지나지 않아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녹초가 되고 만다. 재미도 없을뿐더러 아이는 쉬지 않고 '계속! 계속! 계속!'을 외치기 때문이다. 컨디션이 나빠 많이 놀아주지 못한 날이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괴롭다.
이러한 나날이 계속되었고 가을쯤 남편과의 다툼이 잦아졌다. 아이와 함께 하는 생활에 지쳐가고 에너지를 얻을 곳이 없고 스트레스가 잘 풀리지 않으니 그걸 남편에게 해소시키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집안 분위기도 좋지 않은 적이 많았고 나도 우울감이 지속되었다. 아이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없어 아쉬워하였다. 계속 이렇게만 넋 놓고 있기에는 아이와 나의 시간이 아까웠다. 아이에게도 미안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이 등원 후 무조건 1시간씩 걸었다. 걷고 나니 기분이 좋고 상쾌하였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해낸 자신이 대견했다. 집안 청소를 하였다. 하기 싫은 일을 하고 깨끗해진 집을 보니 기분이 괜찮았다. 그리고 그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구와 이전 동네에서 자주 놀던 엄마에게 연락을 하였다. 사람들과 만나서 사는 이야기, 고민거리, 옛날이야기도 하고, 아이들이 노는 모습도 보니 힘이 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겼다. 아이가 더 이뻐 보이고 사랑해주고 싶어졌다. 역시 사람은 사람을 만나면서 살아야 한다.
기분이 울적해지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가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타이밍이다. 일단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산책과 집안정리를 해보자.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