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

by 세영


이제 뭐 할 건데. 몰라요. 왜? 모르겠어요. 몰라요, 모르겠어요. 문제집에 담긴 195번 문제의 해답을 보고서도 나는 믿지 못했어요. 풀이를 보고서는 믿기도 싫었고요.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꺼내는 것도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뭐라고 했냐면요, 아 아니구나. 그냥 끄덕였어요. 안다고. 넘어갔어요. 그렇게. 그 페이지의 그 문제를 모른다고, 그게 왜 그렇게 되는 거냐고 하기에 난 정말 많이 안다고 생각했으니까. 알겠다는 가면과 동시에 내 모르겠다는 대답도 뒤에 가려져 버렸으니까요.

그땐 그 말도 어려워서 숨겼죠. 아는 척 위장하고 그늘 막 뒤에서 간신히 앓았죠.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말하래요. 모르는 걸 부끄럽다고 여기지 말래요. 그건 후의 날들이 더 부끄러워지는 일이래요.

그런데 이제 모르겠다고 용기 내어 말할 수 있는 그 문제에 대해 왜 더 구체적인 대답을 요구하는 거죠. 나중이 아니라 왜 지금 제 자신이 부끄러워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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