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내 생각이 나서 거의 0프로에 달하는 그 희박한 가능성의 연락이 그 아이에게서 오게 된다면 받아 줄 것 같다. 아니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또 미리 끄집어 내려고 한다는 게 나와 싸우는 일 같지만 잠깐의 이런 망설임 역시도 내 것이기에 곁에 두고 싶다. 숨긴다고 해서 달라 지지도 않을 테니까. 물론 꺼내도 달라질 건 없다.
그래도 적어야만 그렇다는 생각도 아찔한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난 뒤 짜릿한 기분을 밑에서 또 보며 느낄 수 있으니까. 기록하기 보다는 이제 내가 살아야만 해서. 이래야 비로소 숨이 트이는 것 같아서.
혼잣말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은 침묵으로 계속 제각기 다른 대화를 하고, 나는 음성이 진득한 말로 소리를 주고 받으면서. 조용한 공기 속에 내 음성을 바라기라도 한다는 듯 물음표로 끝나는 문장을 나에게 보냈다. 만약 그러면 어떻게 할거야?
그랬던 사람은 또 그럴 거라는 편에 기울어져 있지만 그리고 또 거기서부터 내 마음이 바람에 흔들려 곧 꺼질 것 같이 위태로운 촛불처럼 불안하기도 한데 그래도 난 받아줄 것 같아. 화는 좀 나겠지. 이유도 궁금하겠지.
그런데도 아무 말 없이 다시 좋아할 것 같아. 이유 없이 좋아하던 마음이 어떤 이유가 생긴다 한들 난 처음에도 그랬 듯 어떤 이유인지도 모른 채 다시 다가온 너도 다시 좋아하겠지. 몰랐지만서도 좋아했고, 그건 너를 소유하고 있는 다른 존재가 있더라도 그랬을 거니까. 아무것 없이 좋아했다면 또 아무렇지 않게 좋아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