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렌즈에 박혀진 내 모습은, 내 얼굴만 진짠 가요.
누가 나를 찍는 카메라의 렌즈가, 셔터소리가
기억은 안 나지만 무서워요. 플래시에 내 눈이 갈 곳을
잃은 것 같다 라고 할까요. 그리고 나를 담는 그 사람
생각이 또 신경 쓰여요. 이런 것들이요.
오늘도 미술 용지의 그림 같은 장면이 잠깐 스쳤어요.
멋있는 명함 한 장에 나를 나타내기 위해
찍어야 했던 그 찰칵 소리들, 그리고 그 뒤에 나를 향해
나쁘게만 수근거리던 그 소리들이 무수히 들렸어요.
리모컨에 있는 외부입력 버튼을 세게 누르고 싶었어요.
그 버튼이 원래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요.
꼭 교통사고를 당한 것만 같은 그런 충격적인 트라우마
가 되 버린 건 지도, 그래서 기억상실을 바라는 건 지도.
다른 사람들에게서 얼마라도 더 많은 돈을 거머쥐기 위해 당신의 눈에 비친 실제 모습보다
카메라 렌즈에 비친 그 모습을 중요시 하게 생각했네요.
결코 사람의 눈에서 아른거리는 사람을 사랑한 게 아닌
카메라 렌즈에 띈 사람을 사랑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