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다. 여기저기 부탁할 땐 기회가 없더니,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온다. 이런 시기일수록 "호호, 한번 둘러보고 올게요" 여유를 부리면 안 된다. 타이밍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열심히 만남에 임해야 한다.
막상기회가 많지도 않다.
첫 번째 소개팅은 만나기도 전에 여러 가지가 안 맞아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되었고,
두 번째는 남자분 아버지의 요청으로 사주부터 봐야 했다.결과는... 탈락.나의 火가 그 분과 안 맞는단다.(이러니 내가 화가 많을 수밖에)
마지막 세 번째는,약속을 잡는데 성공.
앞서 두 번이 특이한 탓이었을까? 연락 15분 만에 척척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세 번째 분의 모습에, 나는만나기 전부터좋은 느낌을 받았다.예의 바른 문체와내 동선을 고려한 장소 선정, 당일 알림 문자까지. 사회성 좋고 배려심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고마움을 담아 답하게 되더라.
소개팅 당일.
세상 무난한 이탈리안 음식점 앞에서 만난 남자분의 첫인상은,사실 별 느낌이 없었다.(나도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사무실에서 쉽게 마주칠 법한 30대 후반의 직장인이다.
그래도 이 나이에는 사회인모드를 작동하여열심히 대화하고 호응할 수 있다. 주선자에 대한 예의도 있고, 오히려 이렇게 첫인상이 애매할 땐긴장이 풀려 편하기도 하다. 꼭 연애 상대로서가 아니라, 또래 직장인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듣고, 배울 건 배우고, 내 이야기도 하는 자리가 되는 거다. 그러다운이 좋으면 통하는 부분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상대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안정적인 직장 술을 즐기지 않고, 나와 같은 운동을 배움 가족들과 함께할 취미를 만들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 무엇보다도, 소개팅 첫 만남을 감안하더라도 시종일관 신사적인 태도
그러나 2~3시간이 지나자, 나는 이만 혼자 있고 싶어 졌다. 대화는 잔잔하게 지속되었지만, 다른 팀의 예의 바른 동료와 있는 기분.내가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해서 그런 건지,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건지 헷갈렸다.
소개팅남의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다음날 연락이왔다.주말에 맛집에 가자고 한다.
참 어렵다. 갈수록 누군가를 만나는 게 숙제같다. 텅 빈 주말이 심심하다가도, 막상 다른 사람과 시간 보낼 생각을 하면 피곤하다. 만나기 전 설레는 마음보다, 만남 이후 할 일을 끝냈다는 후련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