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한달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욱 Aug 14. 2020

Day.12 끝없이 흔들리는 나를 다잡아주는 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요리후지 분페이



최근 얼마 동안 가고싶은 회사가 생겨 구직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썼다. 경력자로써 자기소개서를 쓰게 되면 신입시절의 자기소개서와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 글을 쓰게 되는데 내가 앞으로 할 일(혹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힘주어 이야기하던 신입 때와는 다르게 경력자의 경우에는 내가 해왔던 일에 대해 매력적으로 써내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제껏 수많은 일들을 해오며 여기까지 왔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설명하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 이전에 내가 썼던 자기소개서, 이력서, 독서 감상평등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당신의 '나 다움'을 드러내는 슬로건은 무엇인가요?


인쇄소에 정중하게 의견을 전하고 편집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며 메일 답장을 

너무 장황하거나 차갑지 않게 할 수 있는 세심한 태도를 몸에 잘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디자인의 세계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예의를 제대로 익히면 어디서든 혼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그런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어떤 일을 하든 오랫동안 지속하지 못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요리후지 분페이



위에 적힌 내용은 일본의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요리후지 분페이의 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에 나온 부분이다. 커리어 전체를 작업자로써 살아온 저자가 그림, 디자인, 글들의 작업을 이어나가며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해 만든 이 책은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 무엇을 만드느냐(대체로 크리에이티브 세계에서 두곽을 나타내는데 필요한)에 매몰되어 있던 나에게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라는 걸 볼 수 있도록 해준 책이었다.

그중에서도 디자인 세계에서 필요한 '전문적인 예의'에 대해서 말하는 저자의 글은 약 2년이 가까운 시간 동안 188여 개의 메모글이 추가되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나 마감이 다가올 때 가장 먼저 꺼내보는 글이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디자이너로 훈련되어 온 나는 어느순간 부터 작업, 퀄리티, 끝없는 수정과 같은 단어에 둘러싸여 지내왔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사람이나 자연을 이야기하는 기업을 신뢰하지 않듯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사용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하는데 관심 있는 디자이너라고 자기소개서에 적어낸다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 글을 읽고 난 후의 나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았다. 하지만 메모장 첫머리에 이 글을 적어두고 난 후로부터 나는 메일을 보내기 전 상대방의 입장에서 메일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인쇄소를 찾아갈 때 웃으면서 소리 내어 인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13 절반이 지나고 나서 알게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