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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l 12. 2022

왜 그림 속 예수님은 다 서양사람인가요?

크리스천, 교회 밖의 청년을 만나다

이런 스타일은 어떠세요? 요즘 트렌드예요.

섬세한 손길로 머리를 만져주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펌 스타일 결정에 애를 먹는 나에게 묻는다. 20대의 패기 넘치고 실력 있는 야무진 헤어스타일리스트. 그게 그녀의 첫인상이었다.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진로를 일찍부터 정하는 미용업계의 특성 때문일까? 2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경력이나 실력은 뒤지지 않았다. 일찍부터 한 분야의 전문성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이 부럽다 생각할 때쯤 그녀가 하는 이야기. 35살이 되면 이 직업을 그만둘 거란다. 다른 일에 도전하겠다고. 이것이 소위 MZ세대의 패기와 열정일까? 넓게 보면 나도 겨우(?) MZ세대에 들어가긴 하지만 요즘 20대 친구들의 사고와 추진력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을 때가 많다.





온갖 삶의 이야기가 오가는 미용실?


그렇다. 한때 미용실은 사랑방이자 온갖 인생 이야기와 소문이 모이는, 소위 정보의 집결지였이다. 물론 요즘 미용실은 다르다. 곳곳에 으리으리한 프랜차이즈 미용실이 즐비하고, 쾌적한 분위기 속에 카페인지 착각이 들만큼 세련된 분위기를 자랑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서비스는 또 어떤가. 사람들은 점점 더 편안한 환경에서 멋진 헤어스타일과 서비스를 기대하며 미용실을 찾는 추세다.


나도 이날 굳이 이 미용실에 가게 된 이유는 소문이 자자한 헤어스타일리스트의 미용실력과 더불어 잠시 나만을 위한 힐링 타임(?)을 위한 것이었다. 내 머리를 담당하는 헤어스타일리스트와는 정말 사무적인 대화, 예를 들면 헤어스타일 상담 등만 하고 이 시간을 온전히 쉬어볼 작정이었다.


그러나 웬걸. 이 젊고 에너지 넘치는 헤어스타일리스트, 계속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것도 아주 심오한 주제로, 마치 내가 크리스천임을 알고 있는 것처럼. 크리스천의 사명을 가진 자로서 그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설명해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왜 그림 속 예수님은 다 서양사람인가요?


자신은 교회에 다니진 않지만 신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다는 야무진 20대 청년의 강단 있는 말을 듣고 왠지 모를 사명감마저 들던 그때 그녀가 다시 내게 물었다.


왜 그림 속 예수님은 다 서양사람인가요?


순간 귀를 의심했다.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는 건지 헷갈려서.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이내 대답했다


그건 예수님이 유대인이라서 그래요.


그랬더니 바로 이어지는 그녀의 다음 질문.

진짜요? 예수님은 실제 존재했던 사람인 거예요?


그녀의 설명을 들어보니, 본인은 예수님이 '단군신화'와 같이 만들어낸 신화 속 인물인지 알고 있었단다. 그래서 왜 한국에서 굳이 외국사람의 모습을 한 예수님 그림이나 조각을 걸어놓는지 늘 궁금했었다고.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닌 나로서는 너무나 당연해서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던 주제인데 교회밖에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오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왜 한국사람이 서양 신을 믿느냐'라고 화를 내었다던 어떤 어르신의 에피소드도 별안간 떠올랐다.



교회 밖 청년을 가슴에 품다


그 후로 한참 이어진 그녀와의 대화. 교회와 크리스천에 대한 궁금증, 의문 나는 점 등을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보는 젊은 청년 헤어 스타일리스트 덕분에(?) 펌을 하는 3시간 동안, 원래 계획했던 나의 힐링타임을 반납해야 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에게 새로운 생각과 각오가 생겼다. 참고로 B.C(Before Christ, 기원전)의 기준이 예수 그리스도(Jesus Christ)라고 하니 큰 충격을 받더라. 그녀의 충격에 오히려 내가 더 충격을 받았다.


올해 초 교회 신혼부부팀 리더로 섬기면서, 나보다 한참 어린 커플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신앙의 배경도 각 사람의 성격만큼이나 다양해서 내가 기존에 가졌던 선입견이나 배경지식 이상의 것을 요구할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청년 헤어스타일리스트와의 대화는 교회밖에 있으나 교회와 기독교에 관심이 많은 청년들에 관해 깨닫게 한 소중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


크리스천에 관해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시대에, 정작 교회에 대해 궁금증과 관심은 있지만 제대로 듣고 이해할 기회가 없었을 청년들이 있음을 보게 되었다. 크리스천에겐 너무나 당연한 주제와 문제들이 교회 밖 청년들에겐 올바로 이해할 기회가 없던 것이다. 어쩌면 교회 안에 있는 청년들도 기독교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겠단 판단이다. 모든 크리스천에겐 '전도와 선교'라는 공통된 사명이 있지만 나에게 이런 청년들을 품고 기대하며 도와주라는 사명이 있는지 마음속에 품고 기도해 볼 일이다. 성경말씀처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말씀을 늘 준비하며...


너는 말씀을 전파하라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힘쓰라 범사에 오래 참음과 가르침으로 경책하며 경계하며 권하라 (딤후4:2)

Preach the word; be prepared in season and out of season; correct, rebuke and encourage—with great patience and careful instruction. (2 Timothy 4:2, N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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