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말 8초' 여름휴가 공식
'7말 8초'란 말을 들어봤는지? 즉 7월 말과 8월 초.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이 휴가를 떠나는 때다. 점점 정해놓은 휴가철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때가 극 성수기이다. 숙박부터 교통비, 그리고 한여름 무더위까지 일제히 피크를 찍는 시기. 그래도 휴가라는 설렘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선물 같은 존재이리라.
장기화된 팬데믹 때문에 아직은 해외여행이 조심스럽다. 물론 과감하게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있지만 나 같은 쫄보(?)에겐 아직은 국내가 마음 편하다. 그런데 요즘 한창 유행하는 차박이나 캠핑은, 장비 세팅부터 준비까지 일일이 다 해야 하는 생각을 하니 선뜻 엄두가 나질 않는다.
당신에게 호캉스란?
호캉스 하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호텔이란 새로운 공간에서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는 것'을 떠올린다. 편안한 호텔 침대에서 잠을 자고,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남이 해준 밥을 먹으며, 수영장이나 헬스장 등 호텔 부대시설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것. 물론 호텔비가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고, 굳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왜 호텔에서 하느냐는 다소 비판적인 시각도 있으나 새로운 공간에 나를 노출하며 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 보인다. 공간을 바꾸면 루틴을 해도 뭔가 다르게 보이는 힘이 있으니까.
여담이지만 그래서 작가들이 글쓰기에 몰두할 때 굳이 집이 아닌 호텔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나 보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청소, 빨래 등의 일상의 의무가 가득한 곳이기에 집중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
한때 나에게 호캉스란, 호텔이 주는 새롭고 쾌적한 공간의 힘을 통한 '쉼'을 주는 최고의 휴가였다. 번잡한 도심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 집중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고 평소 보고 싶었던 콘텐츠나 책을 보는 조용한 시간. 사람들의 욕구가 더욱 다양해지면서 예술 전시 관람과 호텔 숙박을 묶는 패키지, 식도락과 숙박을 함께 파는 패키지, 반려동물도 출입이 가능한 패키지 등 점점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더라. 한마디로 나를 위해 호사스러운 하룻밤을 선물해주는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것도 싱글 혹은 아이가 없을 때의 이야기다.
아무튼, 이제 호텔은 단순히 숙박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머무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자 휴가지로 인식되고 있다.
참고로 호캉스는 영어로 'Staycation at Hotel'이라고 한다.
아이와 함께하는 호캉스, 어떤가요?
아이들과 하는 여행은 힘들다. 너무 단호하다고? 일단 싱글 시절 혹은 아이가 없을 때처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아이가 태어나고 한동안은 제대로 된 외식이나 외출을 하기도 힘들뿐더러 갈 수 있는 곳에 대한 제약도 많아진다. 그럼에도 돌이 안된 어린아이를 데리고 용감하게 여행 다니는 부모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생길 정도다.
호텔은 한 공간 내에 편의시설이 전부 몰려있어 동선의 최적화가 가능하지만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자칫 심심하고 지루할 수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kids-friendly한 호텔을 찾아간다. 검색해보면 소위 '육아 호텔'이라 불리는 국내 호텔 리스트가 있을 것이다. 각각의 장단점 분석, 특징과 함께. 유아 수영시설이 잘 된곳, 키즈 클래스를 진행하는 곳, 아이들 취향을 고려한 디자인의 호텔룸이 있는 곳 등 디테일도 확인하시라. 나도 자동차 침대 사진에 혹해서, 캐릭터 인형으로 꾸며진 방이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할 물놀이 시설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호캉스를 경험해봤다. 부모가 되기 전엔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더 정확히 말하면 관심조차 없었던 호텔의 시설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낯선 곳에서 겪는 불편과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일어나는 일들 때문에 '이럴 거면 집에서 잘걸'이란 말이 튀어나올 뻔한 상황도 있다. 그러나 호텔이 단순히 잠만 자는 숙박의 개념이 아닌 새로운 휴가지의 개념임을 생각하면 아이들에게도 엄마 아빠에게도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이자 추억이 될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면 엄마인 내가 호텔에서 쾌적하게 지내는 호캉스를 선호하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게다.
참고로, 아이들이 혼자서 잘 걷고(더 이상 유모차가 필요 없음), 혼자 화장실을 다녀오며, 어른들과 식성이 비슷해지면 예전보다 호캉스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다. 꿀팁이니 기억하길.
역시 집이 최고야
휴가 끝은 언제나 고되다. 분명히 제대로 쉬고 놀아보려 계획도 꼼꼼히 세우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건만 만신창이가 되는 일이 다반사다. 그때 돌아올 집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달콤하고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근사한 집밥을 해서 오손도손 먹으면 좋겠지만 늘 간단한 인스턴트 라면을 통과의례처럼 먹곤 했다. 휴가 때는 주로 평소에 자주 먹지 않은 느끼한 식사를 하고, 다양하고 많은 양의 음식을 먹기도 해서 얼큰한 인스턴트 라면 국물이 주는 시원함은 참으로 간편하고도 짜릿하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나는 이번 여름 또 홀연히 호캉스를 포함한 휴가를 떠날 것이고 휴가에서 돌아온 날은 똑같은 말을 할 것 같다.
'역시 집이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