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쿠쌤 Aug 29. 2022

커피와 거리두기를 시작했습니다

커피 러버의 커피 중단기

넌 카푸치노 마실 거지?

카페에서 음료 주문을 하던 C가 나를 흘깃 쳐다보며 묻는다. 으레 형식적으로 확인만 하고 지나간다는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아니. 나 요새 커피 안 마셔. 지금 커피랑 거리두기 중이야.

예상치 못했던 나의 대답에 C는 흠칫 놀라는 눈빛으로 무슨 일이 있는 거냐 물어댔다. 그렇다. 나는 지금 커피와 거리두기를 선언하고 2주 가까이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커피 러버로 살아온 시간들


커피를 참 좋아한다. 특유의 커피의 향과 맛과 카페의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대학시절부터 만난 카페와,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카페 문화는 센세이셔널했고, 카페는 나의 최고의 장소이자 커피는 나의 최고의 음료가 되었다. 태생적으로 단 맛을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에 주로 카푸치노나 카페라테 같은 메뉴를 즐겨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단순히 관심과 호기심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2개나 따기도 했더랬다. (자세한 이야기는 '내가 바리스타 자격증을 두 개나 딴 이유'를 참고하시길)


커피도 계속 마시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양을 마시게 되는 듯하다. 하루 한잔만 마시는 날보다는 두 잔 혹은 세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날도 적지 않았다.


커피 마시는 이유도 참으로 다양하다. 아침엔 나를 깨우는 모닝 카푸치노 한잔, 점심 후엔 가볍게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사람들은 만나는 카페에선 내가 좋아하는 시원한 아이스 카푸치노로 피곤한 오후를 깨우고, 저녁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거나 혹은 기회가 되면 (기회를 만들어 낸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려나)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곤 했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커피 몇 잔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했었다.  물론 커피를 마신다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등의 부작용은 크게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기에 그러려니 하고 지내왔다.


커피의 매력에 빠져서 여행지에 가면 유명한 로컬 카페를 찾아다녔고, 내 입맛에 맞는 단골 카페가 몇 군데 정도는 있다. 특히 호주 유학 시절에 만난 로컬 카페의 풍미 가득한 커피는 매혹적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한 내용은 '호주에서 스타벅스 찾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를 참고하시길)


단순히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커피에 대한 글도 브런치에 여러 편 쓰기도 했다. 가히 커피가 빠지면 매우 서운한(?) 나날들이었다. 내 지인들에게 나의 주된 이미지 중 하나가 '커피를 참 좋아하며, 맛있는 카페를 잘 아는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니까.



갑자기 왜 커피와 거리두기를?


이렇게 지극한 커피에 대한 애정을 보이던 내가 왜 갑자기 '커피와 거리두기'를 선언했냐고?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커피 의존적'인 생활에서 조금 벗어나서 건강 관리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다고 의사에게 커피를 당장 끊으라는 권고를 받았거나 몸이 어디 한 군데가 고장이 나서도 아니다. 순전히 자발적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더하여 다른 음식과는 좀 다르게, 커피는 늘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좀 더 자세히 말해,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지금까지도 계속 밝혀지고 연구되며 논란이 있어오고 있다. 물론 집중력을 높여주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간 건강에  좋다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이뇨작용, 두통, 불면증 등 의외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꾸준히 보도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주 정확히 그 기능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리라. 연구결과는 참고하겠지만, 일단 내 몸의 변화와 반응이 중요한 것이기에 이번 기회에 커피라는 변수를 제하고 생활해보기로 했다. 내가 커피를 줄이기를 마음속으로만 몹시 원했던 남편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눈치다.


나도 커피 자체를 안 마시기보다 한잔 정도로 줄이려고 했는데 하다 보니 한잔도 마시지 않게 되었다. 첫 이틀 정도는 커피를 마시지 않으니 잠이 덜 깨는 것 같고 두통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술과 담배의 금단현상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금단현상은 있었으리라 예상한다.



그래도 사람은 적응하는 존재라 그런지, 커피 없으면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할 수 없던 나도 그럭저럭 잘 적응하고 있더라. 단, 사람들을 만나 카페를 갈 때 늘 커피만 마셨던 터라 다른 메뉴를 고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천성적으로 단 음료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더 고르기가 힘들다.


그래서 언제까지 거리두기를 할 거냐고? 음... 한 달 정도는 시도해보리라 다짐해본다.

그렇다고 커피 모임에 안 나가는 것은 아니 오해 마시고 불러주길 바란다. 디카페인 커피 반 잔 정도는 괜찮으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캠핑보다 호캉스. 어차피 내 집이 최고겠지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