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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l 09. 2021

호주에서 스타벅스 찾기가 그토록 어려웠던 이유

호주의 독특한 커피 문화

어느새 커피 맛의 기준이 되어버린 별다방

대학생이 되고부터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지금에야 서울에서 '스타벅스 없는 동네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는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친구를 만나는 것이 일종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다.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커피보다는 믹스커피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사 먹나 하며 타박하는 이들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럼, 지금의 스타벅스는 어떠냐고? 그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우리나라 젊은층이 가장 사랑하는 카페 브랜드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느낌이다. 시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신을 하면서 말이다. 매장에서 느껴지는 스타벅스 특유의 감성, 그리고 라이프 스타일을 앞세우는 전략으로 MD상품까지 품절을 이끌어내는 치밀함,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자동주문시스템까지. 아, 이 글에서 주가 되는 내용은 아니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호주, 커피 애호가들의 파라다이스

호주 시드니에서 약 2년 가까이 유학을 한 적이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에겐 마치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었다. 골목마다 맛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로컬 카페와 개성 넘치는 바리스타가 넘쳐나고, 심지어 다 맛있다. 한국에서 먹던 커피맛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말이다. 커피 가격도 물가 대비 비싸지 않은 편이어서 호주에서 지내는 내내 커피로 인해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대학 캠퍼스 안 푸드코트에서 파는 커피도 수준급이었다. 다양하고 강한 호주 로컬 커피 문화 덕분인지 내가 만난 대부분의 친구들이 각자의 단골 카페가 달랐다.


시드니 시내 중심에 있던 카페 'Mecca'는 내 단골 카페 중 한 곳이었다. 그때 운이 좋게도 시드니 중심가에서 살고 있어서, 시드니 시티의 온갖 유명한 카페는 돌아다녔던 것 같다.

나의 단골 카페 'Mecca' (출처 Mecca 홈페이지)


호주에서 스타벅스는 관광객들만 가는 곳?

돌이켜보니, 내가 시드니에서 스타벅스를 간 적은 한두 번 정도로 매우 적었다. 그것도 자의로 간 것이 아니라, 대학 팀 과제모임을 그곳에서 했었다. 앗아 넓고 쾌적한 매장을 이용하려고 했던 듯하다. 그래서일까? 스타벅스에는 커피를 마시러 가는 현지인보다는, 관광객이 많았다. 아무래도 관광객들에겐 '스타벅스'가 심리적인 안정감과 익숙함주는 곳이리라.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스타벅스 매장은 메뉴도, 음악도, 인테리어도 비슷하다. 이것이 스타벅스의 강력한 전략이지만, 호주에서만큼은 잘 통하지 않은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스타벅스도 호주 시장을 가장 진출하기 힘든 시장으로 꼽으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호주 매장 2/3를 철수한 적도 있다.



호주만의 독특한 커피 문화와 스타벅스

도대체, 호주 커피 문화의 어떤 점이 특별하길래, 천하의 스타벅스가 고전을 면치 못했을까?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있다.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이 있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들만의 세련된 커피 문화를 호주에 퍼뜨리기 시작한 것이 배경이 되었다. 호주인들에게 카페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며, 나와 내 커피 취향을 잘 아는 바리스타와 인사를 나누는 삶의 일부가 된 것이다. 그러니 독특하며 강한 커피 문화가 탄생할 수밖에. 그러면서 호주에만 있는 커피 메뉴인 'flat white(플랫화이트)'와 'Australian Macchiato'까지 탄생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요즘 'flat white(플랫화이트)'를 취급하는 카페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 반가운 일이다. (참고로 플랫화이트는 카페라테와 비슷하지만 좀 더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커피로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결론적으로, 스타벅스같이 단일화된 커피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와 호주 커피시장은 어쩌면 처음부터 성격이 맞지 않던 것이다. 더욱이 로컬카페보다 가격도 더 비쌌으니!



호주에서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다고?

바로 'Gloria Jean's Coffee'다. 호주의 커피 문화에 대해 이해하며 스페셜티 메뉴를 제공한 글로리아 진스는 까다로운 호주 커피시장의 취향을 다양한 메뉴로 맞춰가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여의도, 인천 국제공항 등지에서 볼 수 있다. 글로리아 진스의 이러한 사례를 보고 교훈을 얻은 스타벅스도 호주 시장을 재분석하며 조심스레 매장 수를 점점 늘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리아진스 커피 (출처: 글로리아진스 커피 페이스북)


나는 아직도 시드니의 커피가 그립다

이른 아침부터 골목마다 진한 커피향으로 채워지던 곳. 여유로운 삶의 방식이 묻어나던 카페와 바리스타. 내 기억 속 시드니의 일부는 바로 '커피'다. 매년 7월이면 열렸던 'Aroma Festival(시드니 The Rocks 지역에서 열리는 커피 축제)'에서 실컷 커피를 마시던 기억도 잊을 수 없다. 후각과 관련된 기억이 강렬하다는 연구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다시 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짝꿍의 손을 잡고 시드니 곳곳의 카페를 다니며 커피투어를 해볼 작정이다.


시드니에서 매년 열리던 Aroma Festival (출처: Aroma Fesitval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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