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논문'이다. 논문을 위해 자료를 찾고 교수님을 찾아가 조언을 받으며 밤을 새워가며 글을 쓰는 대학원생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원에 진학한 내 지인들도 예외 없이 논문 때문에 허덕이며 마지막 학기를 보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공부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았지만, 대학원까지 갈 필요를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결국 호주에 있는 대학원에 가긴 했지만 말이다. 이에 관해서는 멀쩡히 다니던 대기업 퇴사 이유와 유학 결심 이란 글을 참고하길.
아무튼, 이 논문이 뭔지, 논문 통과가 안되어 대학원 '졸업' 대신 '수료'딱지를 계속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이렇게 여러 사람 괴롭게 하는 논문이 없이 졸업할 수 있는 대학원, 그것도 명문 대학원이 있으니, 바로 호주의 대학원들이다. 그리고 내가 그 경험자라는 사실.
논문 없이 졸업할 수 있는 대학원 과정이 있는 곳, 호주
나도 처음엔 몰랐다. 논문 없이 대학원을 졸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학을 준비하며 해외 대학원 과정을 급히 알아보다가 호주라는 매력적인 곳을 알아냈다. 그리고 호주 대학원 과정에는 논문 작성이 없는 석사과정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외쳤다. 유레카! 대학원에 가면 당연히 영어로 논문을 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지라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호주의 석사 과정은 크게 Coursework와 Research로 나뉜다. Coursework 석사과정은 학부와 비슷하게 수업, 과제, 시험을 통해서 성적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별도의 졸업논문 없이 졸업이 가능하다. 물론 과목에 따라 에세이나 페이퍼를 작성할 일은 빈번하다.
Research 석사과정은 우리나라의 대학원처럼 지도 교수와 함께 주제를 연구하고 논문을 써야 졸업할 수 있는 코스로 보통 이를 거치며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Coursework 석사과정을 선택해서 학부와 비슷한 평가 방식을 가져갔다. 물론 모두 영어로 이뤄진다는 크나큰 차이점이 있지만 그것을 위해서 간 호주 유학이니만큼 후회는 없다.
영어점수가 안되는데 호주 대학 입학이 가능하다고요?
미국대학원과는 달리 호주의 대학원 과정에 요구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학부시절 성적 그리고 공인 영어시험 점수. 그런데 학사 성적은 충족이 되는데 공인 영어점수 성적이 미달인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대학원과 대학교에 조건부 입학(conditional offer)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즉, 영어점수가 부족한 경우 조건부 입학 허가 아래 어학연수를 할 수 있는 제도로, 입학하고자 하는 호주 대학의 부설 어학원에서 일정 기간의 연수 후에 레벨을 인정받는 것을 말한다. UEEC(University English Entry Course)라고 불리는 과정을 거친 후에는 공인 영어시험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된다. 쉽게 말해 UEEC는 대학 수업을 준비하기 위한 어학연수 코스로 이해하면 되겠다.
내 경우에는 IELTS 6.5라는 영어점수를 미리 획득을 한 후 대학원 준비를 했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대학원 입학 전에 호주에 먼저 가서 적응을 위한 목적으로 UEEC 제도를 이용했다. 당시 내가 입학 예정에 있던 UNSW 부설 어학원에서 몇 주간 영어연수를 받았었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대부분 조건부 입학 예정에 있어서 참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었고 난 상대적으로 즐기면서(?) 다닌 기억이 있다.
UEEC, 어학연수로 입학에 필요한 영어시험 성적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호주 대학원이기에 대해 잘 모르는 이야기들이 꽤 많을 것이다. 호주 유학생이었던 나도 잘 몰랐던 혹은 충격적이었던 사실 두 가지를 위에 먼저 정리해 보았다. 호주 유학 선배의 마음으로 혹시라도 유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소망을 갖고 (유학원 광고성 글과는 달리) 호주 대학원의 장점에 대해서도 정리해보고자 한다.
대학원 전공 분야 몇 가지 (출처: UNSW 홈페이지)
호주 대학원 석사 과정의 장점 몇 가지
1. 비교적 간단한 대학원 입시전형: 학사 성적(GPA)과 공인 영어시험 점수
앞서 언급했지만, 호주의 석사과정 입학에 요구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학부시절 성적 그리고 공인 영어시험 점수. 따라서 준비과정이나 기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내 경우에는 유학을 결심한 지 4개월 만에 호주로 출국할 수 있었으니까. 또, 호주 학생비자 신청은 미국 비자에 비해서는 까다롭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다. 인터뷰도 없고, 대학원 진학에 대한 사유가 확실하면 거절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2. 학생비자와 졸업생 비자의 매력
학생비자로 2주에 40시간 이내로 파트타임 가능하다. 아쉽게도 난 아르바이트의 기억은 없고, 아르바이트하는 친구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던 기억만이... 또한 2년 이상의 석사과정을 마치면, 전공에 따라 졸업 이후 2~4년간 호주에서 체류할 수 있는 큰 메리트가 있다. 약대나 간호대 전공하는 친구들은 실무 경험을 쌓으며 호주에서 더 지내는 일이 빈번했다.
3. 영주권의 기회가 됨
졸업 후 호주 영주권을 생각하며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가장 대표적인 전공은 보건, 간호, IT 쪽이다. 난 비즈니스/상경을 공부해서 영주권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이민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호주 정부가 밀어주거나 지원을 많이 하는 분야를 눈여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4. 자녀 학비 지원
대학원생에게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 학비를 지원해 주는 다소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주마다 지원 비율이 다르긴 하나, 서호주대학교의 경우, 부모가 대학원에 재학하는 학생비자 소지자라면 자녀 공립학교 학비가 무료다. 나는 혈혈단신 유학을 해서 해당사항이 없었지만, 가족이 있는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배우자는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다고 들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의 대학원 가이드북
최근 코로나로 인해 호주 대학교에서 국제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등록금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만큼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며 자부심 있는 호주대학들이 그만큼 국제학생 유치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로 풀이된다. 또한 한국의 수능점수를 인정해주는 호주 대학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입학이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