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많은 직장인들의 마음속 로망이 아닐까 싶다. 그 로망을 실현해본 사람으로서 내가 어떻게 해서 그런 결정을 하고 그 과정이 어땠는지 서술해보고자 한다. 혹시 지금그 로망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직장인들을 위해.
유학을 결심하고 실제로 호주로 떠나기까지 4개월 정도 걸렸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신속하게 휘리릭 진행되었다. 마치 그래야만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지금보다 좀 더 용감하고 무모하며 자유롭던 20대 싱글 시절 있었던 일이라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첫 직장에서 나는.. 라떼는 말이야...
내 나이 20대 중반. 대학교 졸업 전 확정된 대기업 취업, 창창한 나이. 남부러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젊고 건강하고, 게다가 싱글이니 어떤 결정을 하든지 자신 있게 거리낌이 없었던 것 같다. 약간의 자만감 혹은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을 돌이켜 보니 참 어리다. 그래서 더 아련한지도. 내 나이도, 그때의 생각도 말이다. 장장 수개월에 걸친 혹독한(?) 신입사원 연수를 받아서인지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대단했더랬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던 부분이, 지금처럼 개인의 퍼스널 브랜딩이 트렌디한 때는 아니고 내가 속한 직장이나 단체가 나를 대변해 주는 그런 느낌의 사회였다. 다시 말해, 한번 배운 지식 혹은 대학 졸업장으로 평생을 가져갈 수도 있을 법한 세상이었다.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에서 난 뭐가 불만이었나?
나는 좀 달랐다. 분명 원하는 회사에서 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뭔가 만족이 되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 있을 나의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이 도저히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회사 동기들이 붙여준 내 별명도 '프리랜서'. 조직생활과는 잘 안 맞는 내 체질이 어린 동기들 눈에도 보였었나 보다.
입사 1년 후부터 약간의 방황이 시작되었다. 이직을 해야 하나, 아니면 얼른 결혼을 해야 하나... 주변에 일찍 결혼한 친구가 있어서 더욱 조바심이 나기도 했던 것 같고. 얼른 뭔가 이뤄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불쑥 솟아났다. 그게 결혼이기는 아직 싫었고 커리어적으로 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유학이라고?
직장에서의 미래의 내 모습이 흐릿해 보이던 어느 날, 퇴근 후 회사 근처 종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유명 어학원과 유학원이 몰려있던 종각역 4번 출구 근처에서 내 눈에 들어온 간판 하나. 'OO 유학원'.
찰나의 순간이었다. '나 유학 가고 싶어.'라는 소망을 가슴속에 품게 된 것이 말이다.
퇴사 후 유학이라는 로망을 실현시킨 나의 강한 원동력은?
회사를 때려치우고(?) 해외 유학을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은 많을 수 있다. 어쩌면 그런 로망을 계속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돌이켜 나에게 자문해 본다. 가슴속에 품었던 그 로망을 실행하게 한 강한 원동력 혹은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간단히 답해보면 '단순해서 용감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영영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내 결정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자신감 넘치던 20대 싱글 시절이니 그럴 만도 했겠다 싶다.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니. 잊을 뻔했지만, 남자 친구가 없는 싱글이란 점도 분명 어느 정도 작용을 했다. 주변에서 크게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사람들도 없이 오히려 용기 있는 결정에 응원을 듬뿍 받았던 기억도 난다. 인생을 좀 더 살아보니, 그런 기회를 다시 만들기 점점 어려워지더라. 아무튼 퇴사 후 호주로 떠날 나의 결심은 점점 확고해져 갔다.
어학연수가 아닌, 대학원을 가겠다고?
그렇다. 단순한 어학연수나 장기 여행이 아니라 유학을 계획했다. 그것도 어학연수 한번 다녀오지 않은 국내파가 해외 대학원 입학을 하겠다니, 난 참 용감한 아가씨였다.
일단, 부모님을 설득할 구실이 필요했다. 대학시절에도 가지 않았던 해외 어학연수를 직장 생활하다가 가기엔 늦은 거라 생각했고.(사실 어학연수도 맘 편히 괜찮은 방법인데, 이땐 왜 그리 심각했을까) 더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은 부모님께서 더 쉽게 이해해 주실 거란 약간의 전략도 있었다. 이제야 밝히는 마음속 이야기다.
그래, 호주로 유학을 떠나보자
그래서, 유학 비용과 생활비는 어떻게 준비했나?
확고한 결심이 있어도 눈앞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으니. 바로 유학비용과 생활비!
일단 내가 2년 간 회사에서 일하며 모아 둔 돈을 모두 준비했다. 물론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다. 내가 왜 호주 대학원에 가려고 하며 다녀와서 어떻게 하고 싶다는 일종의 계획안을 드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유학이 끝난 후, 계속 부모님께 상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