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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Nov 04. 2022

처음 보는 사람들과 잊지 못할 송년회를!

 온라인 커뮤니티의 오프라인 송년회 후기

10월인데 벌써 송년회라니?
그것도, 처음 얼굴 보는 사람들이랑?


나의 주말 스케줄을 묻던 M이 별안간 놀라며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월 중순. 많이 이른 송년회가 있었다. 다 같이 시간 맞추기 힘든 12월 대신, 좀 덜 춥고, 덜 바쁜 시기에 모이자는 모임 리더의 파격적인 제안과 추진력 덕분에 성사된 일이었다. 게다가 M의 말처럼 생전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이 송년회에 모인 다는 것도 놀랄 일이긴 하다.



온라인 인맥?


온라인 비대면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편승하게 되었다. 최근 2년 간 sns를 활발히 하면서 생긴, 이름하여 '온라인 친구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sns에 대한 적극성이나 본인의 콘텐츠에 열정적인 자세에 대한 공감대와 응원이 있어 매우 든든한 커뮤니티다. 물론 이것도 현실 인맥과 마찬가지로 어떤 커뮤니티인지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나의 온라인 인맥에 관한 이야기는 '코로나 시대, 인간관계가 더 넓어져 버렸다'를 참고하시길)


길게는 2년, 그리고 짧게는 몇 달간 서로의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 sns로 소통하며 지내는 사이가 된 우리. 오픈 채팅방에서는 정보도 나누고 다양한 소그룹 모임도 하면서 친목을 다져나갔다. 이 소그룹이란 대부분의 경우에, 사진, 영어, 릴스 편집 등 다양한 배움과 관련 있다. 나도 영어 스터디와 브런치 쓰는 소그룹 리더로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더 오픈된 온라인 공간에서 내 스터디를 홍보하고 진행할 수 있지만 끈끈한 커뮤니티 안에서 응원을 받으며 운영하는 것도 상당한 재미와 보람이 있더라.


이렇듯 일상에 스미듯 지속된 온라인 친구들과의 인연이 오프라인 송년회까지 이어지는 날이 올 줄이야! 가끔 기회가 되면 관심사가 비슷한 온라인 친구들을 종종 보기도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은 인원이 한 곳에 모이는 일은 예상치 못했었다.



온라인 친구들과 오프라인 송년회를


가을느낌 가득했던 지난 10월의 어느 주말 아침. 일찌감치 집을 나서서 송년회가 열리는 장소로 부지런히 향했다. 어쩌다 보니 커뮤니티 송년회 TF 일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 온라인에서 모인 사람들이 그저 단순히 먹고 마시며 얼굴을 보는 송년회로 생각했다면, 놀라게 될 것이다. 홍보, 디자인, 섭외, 협찬 등 세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하여 팀장들까지 갖춰진 어찌 보면 기획사 같은 분위기가 나는 송년회 TF였다. 비록 나는 개인 일정으로 많은 참여를 못했지만 TF팀의 추진력과 실행력은 그들의 과거 경력을 궁금하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알고 보면 왕년에 혹은 지금 사회에서 한가닥씩 하는 분들이다!


송년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시간대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송년회를 위해 서울 수도권은 물론 멀리 지방에서 비행기를 타고 참석한 멤버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온라인에서 만난 그 사람을 실제로 보고 대화하니 색다른 경험이었다. 오전에는 친목도모 및 특강(무려 변리사님이 섭외되었고 특강을 맡은 변리사님이 송년회 특강 섭외에 오히려 당황했다는 후문)을 들었고 간단한 레크리에이션과 퀴즈 타임 등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식사 후 경품 추첨 시간엔 커뮤니티 멤버들이 협찬한 다양한 물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렇게 알찬 신개념 송년회라니!


온라인 인맥과 함께한 오프라인 송년회 현장

온라인 친구가 현실 친구로?


지난 글에서 '느슨한 연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촘촘하지 않은 관계, SNS로 가볍게 소통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거부하는 새로운 개념이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어가는 관계.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쩌면 가장 적합한 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난 10월 송년회를 계기로 그 느슨한 연대가 좀 더 새롭게 진화하는 듯한 경험을 했다. 온라인에서 보던 그 사람을 직접 만나고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친밀함이 높아지는 단계.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지원군이자 응원이 되는 그런 사이 말이다. 온라인 시대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인간관계가 아닐까 감히 생각해 본다.


송년회를 마치고 경품과 선물로 받은 쇼핑백을 양손에 나눠 들고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고 남편은 살짝 놀란 눈치다. 도대체 이런 송년회가 어디 있냐고 묻기까지 한다. 친목을 도모하며 배움으로 성장하고 나눌 줄 아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그리고 직접 만나 서로 확인하고 응원하는 새로운 관계 정립. 내가 지금 누리는 이 모든 게 2년 전만 해도 낯설게 느껴졌으리라. 혹자는 온라인 관계는 피상적이고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분별력을 갖추고 온라인 시대의 특징이자 장점인 이러한 인간관계를 십 분 활용하여 누리는 것도 지금을 살아가는 하나의 괜찮은 방법이 될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내년 커뮤니티 송년회도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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