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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Nov 14. 2022

2년 반마다 이사하기

어려운 이사, 추억으로 남기는 법

저, 최근에 이사했어요.

집 주소를 묻던 지인에게 내가 답했다. 또 이사했다는 나의 말에 살짝 놀란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어쩌다 보니 결혼 후에 이사를 자주 다녔다. 그리고 이번이 4번째 집이다. 게다가 신혼시절 정착한 동네에서만 돌고 있으니 재미나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이사를 좋아한다거나, 부동산 투자를 위해 이리저리 터전을 옮기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다. 



이사, 뭐가 가장 힘들었냐 물으신다면?


고작 이사하나 하는 게 뭐가 힘드냐 할 수도 있겠지만, 쉬운 이사는 없는 것 같다. 같은 동네 안에서의 이사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단 위로가 되는 사실 하나는 나와 아이들이 새로운 동네와 학교, 유치원에 적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결혼하고 3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망각이라는 축복 때문에 이사로 인한 힘든 기억은 희미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또다시 이사를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기도 했다.


그러나 가끔은 아내와 엄마로서 살림을 맡고 있는 나의 역할이 이사할 때 특히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새집으로 짐을 옮기는 일 자체도 중요하지만, 집을 구하고 계약을 진행하며 날짜를 맞추는 일부터가 이사의 시작이다. 특히 이런 굵직한 결정을 하며 진행할 때 남편의 존재감이 강하고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사와 관련한,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스케줄이 무척 많다. 버리고 갈 물건들을 내놓는 것부터 새로 사는 가구 배송 일정까지. 지나고 보면 매우 사소할 수 있지만 가정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우리 가족의 웰빙을 위한 일이니 허투루 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정리병 또한 드러나던 포인트다. 새집 배치도에 가구 배치를 그리고, 필요한 치수를 꼼꼼히 재어 기록하고, 날짜별로 TO-DO 리스트를 체크해 나갔다. 이런 모습에 남편은 뭘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냐고 했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한 나의 고질병이리라. 게다가 똥 손(?) 중의 거의 탑급인 나의 솜씨 없음 때문에 더더욱 꼼꼼한 체크가 필요하기도 했다. 천만다행으로 솜씨 좋은 만능맨 남편과 금손 친동생의 콜라보로 며칠 사이에 이사 정리가 마무리되고 제법 집 같은 아늑함이 가득해졌다. 



이사의 좋은 점?


이사 자체는 고된 일이고, 비용도 체력도 소진되는 일이지만 분명한 유익이 있다. 물론 이사의 이유와 과정도 상황마다 다르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족을 위한 일이기에 무척 보람된다고나 할까. 아이들이 점점 커감에 따라 공간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학교나 학원에 대한 접근성도 무시 못할 요소였다. 공간이 넓어지니 살림도 늘어난다. 그 말은 아내이자 엄마인 내가 할 일이 굉장히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똑똑한 가전이 많이 나와서 나의 수고로움이 조금 덜어졌다는 것.


무엇보다 남매인 아이들 각자의 방이 생겨서 보는 나도 흐뭇하다. 공간이 주는 마법은 아이를 더욱 자라게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새집을 하나하나 다시 꾸미고 채우는 과정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새 공간에 새로 배치한 가구와 가전. 그 집에 맞게 다시 배치한 살림들. 이제 결혼 10년 차인 나도 다른 사람의 집을 조금 더 유심히 보며 우리 집에 적용하는 안목도 생기게 되었다. 이런 시기에 한 이사라서 일까? 나와 가족의 삶이 아주 조금은 풍성해진 느낌이다. 


어제 누군가 집들이는 언제 하느냐 물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미뤘던 집들이를 예전 집에서 한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다시 집들이를 생각해야 하다니 당황스럽긴하다. (지난 집에서의 집들이 기록은 '이사 온 지 2년 만에 집들이를 했습니다'를 참고하시길)


몸과 마음이 조금 더 준비가 되면 슬슬 시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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