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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n 13. 2022

이사 온 지 2년 만에 집들이를 했습니다

집들이의 매력을 느끼다

마지막으로 집들이를 한 게 언제였더라?


길게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사람의 집에 놀러 가거나 우리 집에 정식으로 초대하여 시간을 보내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들의 조심스러운 가정방문(?)은 간간이 있었지만 말이다.



집들이가 주는 특별한 매력


다른 사람의 집에 초대받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그 사람과 친밀감이 높아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집이 주는 공간적 프라이버시와 아늑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초대된 집에 가보면 종종 내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 이상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더하여, 은 어떻게 꾸며놓고 어떤 가구가 있으며 음식 솜씨는 어떤지 보는 재미까지 쏠쏠하다.


그러나, 내가 호스트가 될 때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집들이가 예정된 순간부터 뭔지 모를 부담감이 밀려온다. '최대한 조촐하게 하자'라는 마인드를 장착해보려 노력하지만, 음식 준비에 청소 등 호스트가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그냥 있는 그대로의 집을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을 했던 싱글일 때와는 달리, 결혼 후 주부가 되고 보니 각 집주인의 정성이나 살림 실력이 눈에 보인다. 아, 평가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 마시길. 그래서 더더욱 많은 손님을 시시때때로 치르던 옛날 어머니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일 수가 없다.



요즘 시대 집들이


다른 사람 집은 과연 어떤지, 집에서 묻어나는 그 사람의 취향은 무엇인지 한 번쯤 궁금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심리가 몇 년째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나 혼자 산다>의 인기비결 중 하나라고 하니 왠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 집주인이 연예인이든 아니든 그 사람의 집과 일상을 엿보고 싶은 것이다.


팬데믹 시대에는 소위 '온라인 집들이'가 유행하기도 했다. 앱을 통해 우리 집 인테리어를 자랑하고 다른 사람의 집 인테리어를 돌아보며 제품 정보도 공유하는 시대. 그래서인지 '오늘의 집'이란 인테리어 플랫폼이 급성장 중이다.


요즘 20~30대들에게 있어 '집들이'란 꼭 새 집에 이사해서 지인을 초대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한다. 집에 처음으로 초대를 받으면 이사 온 게 언제든 집들이로 인식하는 느낌이다. 또, 배달음식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식사를 준비하는 집주인의 수고로움도 확 줄어들었다. 안타까운 시대상이긴 하지만, 방역 안전 면에서도 집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도 퍼지고 있는 듯 보인다.




이사 온 지 2년 만에 집들이를 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지 꼭 2년 만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집에 방문한 것은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집들이라기보다는 교회 양무리 가족들을 초대한 가정모임에 가깝지만 굳이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호스트였던 나와 남편에게는 각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어느 주말의 이른 저녁, 초대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 근처 레스토랑에 모였다. 집에서 식사를 하기엔 나의 음식 솜씨도 다소 협소한 집의 공간도 적절치 않아 보여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가히 최고 수준의 대한민국의 외식 배달 서비스 덕분에 호스트가 몸과 맘도 가벼운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함께 모이면 서로 먹고 마시며 정을 쌓기 마련인데, 음식을 준비하는 수고로움이 몇 년 전에 비해 배 이상 편해진 느낌이다. 참고로 나도 신혼시절 집들이 때는 직접 음식 준비에 도전했었다! 새댁의 패기로 야심 차게(?) 소박한 메뉴를 준비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필요 이상의 노력을 들였던 초보 주부였다.


식사를 잘 마치고 드디어 집으로 왔다. 20평대 아파트에 어른 10명이 들어가니 거실이 꽉 찼다. 이 날을 위해 장만해 둔 큰 접이식 상이 빛나던 간이었다. 식사 후 간단한 후식을 나누며 자리에 앉아 모임을 지속했다. 물론 나는 호스트라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이 있어서, 긴장 아닌 긴장을 했지만 그마저도 따뜻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신기한 일이다. 이래서 집들이를 영어로 'house warming party'라고 하나보다. 분명 오늘 이 시간을 위해 청소도 하고 준비하느라 노력을 했는데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뿌듯하고 흐뭇하다. 나이가 들은 거지.



다음 집들이를 기대합니다


이날 초대 손님들은 모두 결혼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들이었다. 그래서일까? 결혼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 가정과 집에 대해 호기심이 많은 듯했다. 거실 중앙에 떡하니 걸려있는 근 10년 전 결혼사진을 시작으로, 인테리어 따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귀여운 매트가 거실 바닥에 온통 깔려있으며, 아이들 장난감과 물건이 곳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벽면에는 숫자, 알파벳, 세계지도로 도배되어 있는 집. 아마 나도 신혼시절에 지금의 집을 방문했더라면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뿌듯한 주말 저녁이 순식간에 지나간 듯한 느낌이다. 오고 가는 대화로 모임은 더욱 풍성해졌고 10명이 화면에 꽉 차게 나온 인증샷 찍기도 빠지지 않았다. MZ세대의 감각을 볼 수 있는 집들이 선물은 신선하고 유용했다. 물론 그동안 집들이 때 두루마리 휴지와 세제를 주고받은 적은 없지만 요즘 어린 친구들의 센스는 좀 배워야겠더라.


손님들이 돌아간 후  남편도 나도 모두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좀 더 자주 집을 오픈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공통된 의견을 갖게 되었다. 진부한 말 같지만 이번 집들이는 나누고 섬기는 기쁨을 알게 해 준 기회였다. 엇보다 집들이에 기꺼이 응해준 사람들과 한 뼘 더 가까워진 것 최고의 소득이다.


이렇듯 우리 집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도, 다른 집에 초대받는 일도 무척이나 설레는 일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다음 집들이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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