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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22. 2022

싸이월드 사진첩이 열리던 날

판도라의 상자일까, 추억 선물 보따리 일까?

OOO님 추억을 사진첩에 담았습니다


싸이월드 앱 푸시와 함께 도착한 짧은 메시지 한 줄. 왠지 모르게 길게 심호흡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복원된 사진첩을 곧바로 확인하고 싶지 않아 미루고 미루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다. 왠지 마음자세가 뭔가 경건해진다고 해야 하나?


나의 20대를 열어보는 일이 왜 이리 설레고 긴장되던지!


시대를 앞서갔던 토종 sns


요즘 싸이월드가 이슈다. 열린다 열리지 않는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추억의 sns. 증권가에서도 싸이월드 관련주 들썩이고 있다고 하니 핫하긴 하나보다.

지난 1999년 출시된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중심으로 일촌 맺기, 파도타기, 도토리 등 서비스로 '싸이 폐인'을 양성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글로벌 SNS의 등장으로 하락세를 걸으며 2019년 10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싸이월드가 다시 서비스를 오픈한다는 뉴스를 들었던 작년부터 왠지 모를 기대감과 설렘이 공존했다. 로그인을 하고 사진첩 복구가 되길 기다렸다. 인스타그램에 속속 올라오는 지인들의 싸이월드 사진첩 인증샷을 볼 때면 그 시절 라떼(?) 감성과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파도타기를 해서 다른 이의 미니홈피를 구경하고, 일촌을 맺고 방명록을 남기며 감성적인 다이어리까지 쓰던 그 시절. 도토리(요즘의 가상화폐)로 아이템을 사던 기억을 해보니, 싸이월드, 시대를 매우 앞서가던 플랫폼이었다!


그 시절 감성돋는 싸이월드


응답하라 나의 20대여!


싸이월드 사진첩이 열리던 특별한 날, 밤이 어서야 사진첩을 열어 봤다. 800장이 넘는 사진들이 카테고리별로 쭉 정리되어 있는데 마치 잔뜩 쌓인 선물박스를 풀어보는 아이의 심정이었다.


대학시절 사진, 해외여행과 해외선교를 가서 찍은 사진, 친구들과 보낸 즐거운 일상의 기록,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알콩달콩 연애시절 사진. 혹자는 옛 이성친구의 사진이 남아 있을까 봐 싸이월드를 열어보고 싶지 않다고도 하던데, 그럼 어떤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중요한 거지. (TMI: 그렇다고 싸이월드에 구 남친 사진이 있지는 않으니 오해는 마시라)


몇 년간에 걸쳐 차곡차곡 잘도 쌓아 올린 사진 모음이 오롯이 나의 20대, 나의 어린 시절을 대변하고 있었다. 가슴 벅참과 먹먹함이 섞인 묘한 감정이 솟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 듯한 착각, 풋풋한 나와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절로 미소 지어졌다.


물론 촌스러운(?) 내 모습에 숨기고 싶은 사진들도 있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게 그 시절 나인 것을. 어리고 열정 많고 꿈도 많던 20대 싱글의 내 모습.


마지막 사진 업데이트가 2013년도인걸 보니 그 후에 나도 대세를 따라 페이스북으로 갈아탔던 것 같다.



사진첩 그리고 기록


브런치와 블로그 등에 글을 쓰기 시작하고부터는 일상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한낱 일상이지만 그 합이 모여 의미 있는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싸이월드 사진첩의 부활이 반갑다. 사진의 힘은 놀라워서 그 순간의 특징적인 기억이 다시 샘솟는다.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진 아니라도 말이다. 한동안 글감이 없어 답답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싸이월드와 메타버스


싸이월드의 다음 행보가 궁금합니다


싸이월드가 단순히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물하려고 돌아오진 않았을 터.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메타버스'에서 찾을 수 있다. 싸이월드 운영사인 ‘싸이월드 제트’는 애초 싸이월드와 연동되는 메타버스 ‘싸이월드 한컴타운’을 싸이월드 앱과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메타버스 개발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사진첩과 미니룸 기반의 싸이월드를 먼저 출시한 것이다. NFT 사업과도 연관이 있는데, 싸이월드 공식 코인 '도토리'를 연동해서 국내 코인 거래소에 상장할 계획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역시 미래산업과 관련이 컸다.


그 이유가 어떠하든, 예전 싸이월드 유저 입장에서는 반기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 사진첩 카테고리를 하나하나 열어보며 설레는 추억여행을 제대로 해봐야겠다. 그리운 추억 따라 써 내려갈 브런치 글도 기대하면서.


사진출처: 싸이월드 공식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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