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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Oct 11. 2021

아이스 카푸치노, 왜 안 되는 카페가 많은 걸까?

바리스타가 기피하는 커피 메뉴

아침을 시작하는 커피, 카푸치노

몽글몽글 폭신한 우유 거품에 시나몬 혹은 초콜릿 파우더 솔솔 올려 향부터 음미해 본다. 두 손으로 잔을 감싸고 한 모금. 시나몬 향과 어우러진 진한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인 나의 최애 커피는 바로 카푸치노다. 아침에 즐기는 카푸치노 한잔은, 언제부터인지 일상의 활력이자 루틴이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에스프레소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카푸치노를 대부분 오전 시간에 즐긴다. 유제품인 우유가 섞인 음료를 아침식사의 일부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푸치노는 에스프레소와 우유와 우유 거품의 비율이 맞아야 맛있는 메뉴가 된다. 잔의 높이로 본다면 1:1:1이 된다

출처: 올 어바웃 에스프레소 (이승훈 저)


폭신한 구름을 연상시키는 밀크폼이 인상적인 카푸치노 (좌)

진정한 커피 애호가의 조건?

본래, 나는 뜨죽따(뜨거워 죽어도 따뜻한 음료)였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여름날에도 핫 커피를 고집했고, 커피는 자고로 추출된 본연의 온도로 즐기는 것이 미덕(?)이라고까지 생각했다. 얼음을 넣었을 때 변하는 미묘한 커피 맛의 차이도 분별할 수 있었으니까. 내가 좀 까다롭다고? 술이나 티 등 다른 음료를 즐기지 않아서인지 유독 커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편이다.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 싱가포르에서는 같은 커피 메뉴라도 아이스 음료는 우리 돈으로 500원 정도 저렴하다. 커피 대신 컵에 그만큼 얼음을 채우니 논리적으로 더 맞는 것 같기도. 우리나라는 오히려 아이스커피 가격이 더 비싼 곳이 많다!


커피에 대해 나름대로 확고한 취향을 가진 나였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한겨울에도 시원한 커피를 마시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이와 같이 있을 때 뜨거운 음료를 마시는 것은 혹시 모를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소아과 선생님의 친절하고도 단호한 권유 덕분이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 었지만, 이내 차가운 커피에 익숙해졌고 어느새 아이스커피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아이스 카푸치노 왜 찾기 힘든 걸까?

커피는 카푸치노만 고집하는 나. 그런데 난관에 부딪혔다. 유독 아이스 카푸치노를 취급하는 카페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 카페 메뉴판을 보면 카푸치노 옆에 'Hot Only'이라고 표기해놓은 곳도 있다. 다음번 카페에 가면 메뉴판을 자세히 한번 보시라. 투썸 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던킨도너츠 등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 메뉴에서도 아이스 카푸치노는 찾아볼 수 없다. 참고로 카푸치노와 가장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카페라테의 경우,  에스프레소 샷, 우유, 그리고 밀크폼의 비율이 카푸치노와 다르다. 더 이해하기 쉽게 맛으로 설명하자면, 우유가 훨씬 더 많이 첨가되는 카페라테가 더 부드럽고 리치한 느낌이다.


네. 주로 아이스커피 마십니다 (출처:  헬로쿠쌤 유튜브)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들 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우유 거품의 온도이다.
음료는 차가운데 거품만 뜨거우면 전체적으로 미지근하고 애매한 맛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집에 거품기 혹은 프렌치 프레스만 있으면 차가운 거품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프렌치프레스에는 거품기처럼 생긴 스프링이 들어 있어서 우유를 넣고 위아래로 펌프질을 하면 거의 2배가량의 거품이 올라온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이스 카푸치노 [Iced Cappuccino] (내 입맛에 딱 맞는 60가지 커피 수첩, 2011. 10. 15., 김은지)


카푸치노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밀크폼인데 스팀 밀크를 그대로 올려서 주는 카페도 꽤 있다. 스팀밀크 말 그대로 steamed 즉, 열을 가한 우유가 차가운 커피 위에 올라간다. 고로 커피의 밸런스를 깨져서 얼음을 넣어도 음료의 온도가 자칫 밍밍해질 수 있다. 그래서일까? 해외 사이트에서도 아이스 카푸치노를 검색해보면 'Why Ordering Iced Cappuccinos Is Just Wrong'(아이스 카푸치노 주문하는 것이 왜 잘못된 일인가)라는 류의 칼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아이스 카푸치노가 미지근하다고 느끼면, 제대로 된 아이스 카푸치노가 아니니 다른 카페를 찾아보길 권한다.


밀크폼을 이해하면 왜 아이스 카푸치노를 찾기 어려운지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커피에 올라가는 밀크폼을 차갑게 제대로 쫀쫀하게(?) 만들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가 자주 가는 단골 카페에서도 수작업으로 펌핑을 하며 차가운 밀크폼을 만든 후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들어 준다. 다른 메뉴에 비해 추가 노동력이 요구되므로 아이스 카푸치노는 바리스타가 기피하는 커피 메뉴란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차갑거나, 뜨겁거나

골목마다 수많은 카페가 즐비한 서울이지만, 제대로 된 밀크폼과 풍미 가득한 에스프레소의 조화가 훌륭한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날 수 있는 곳을 계속해서 찾아보는 중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기막힌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날 수 있는 카페를 알고있다면 즉시 제보해주시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결같이 맛있는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님들께 카푸치노 러버를 대신해서 감사 인사를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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