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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28. 2023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철마다 옷정리가 시급합니다

여름맞이 옷 정리 단상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 가수 정수라 '아 대한민국' 중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곡이다. 노랫말처럼 사계절이 무척 뚜렷한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 철마다 바뀌는 다채로운 풍경과 때에 따라 변하는 자연은 큰 자부심 중 하나다.


어릴 때는 다른 나라에도 나름의 사계절이 있겠지 하며 우물 안 개구리같이 생각했는데, 크고 나니 나의 조국은 계절마저도 개성 있는 곳이었구나를 깨달았다. 흥미로운 점은, 뚜렷한 계절과 더불어 연교차가 상당하니만큼 홍수나 폭설 등을 대비하는 인프라 시설이 발달했다고 한다. 보일러, 샷시 등 우수한 기술을 갖춘 우리나라 건축이 인정받는 것도 어찌 보면 이러한 계절적 조건 때문이리라.



그래서 해야 하는, 번거롭지만 필요한 일


그러나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는 법이다. 계절이 매우 뚜렷하다 보니 철에 맞는 옷을 준비하는 일도 필수다. 게다가 겨울과 여름의 기온차가 극심해서 옷의 소재와 스타일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열대기후인 싱가포르는 1년 내내 여름옷만 출시하니, 패션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신발과 가방 등 스타일을 다양하게 선보인다고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우리나라의 패션산업이 더욱 발달하고 내로라하는 패셔니스트가 많은지는 몰라도, 주부의 입장에서 철마다 옷장 정리를 하는 것은 번거로움으로 다가온다. 



부지런 좀 떨어볼까?


올봄에는 미루지 말고 부지런을 떨기로 결심했다.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외투와 패딩을 정리하여 세탁소에 맡기고 정리했다. 두툼한 옷들이 빠지니 그제야 드러난 옷장의 여유공간을 보니 통쾌하기만 했다.


그런데 웬걸? 평년보다 유독 쌀쌀한 올해 봄날씨가 문제였다. 기온 자체도 조금 낮았고 바람 부는 날이 계속 이어졌다. 하는 수 없이 정리해 놨던 외투 중 일부를 다시 개봉(?)하는 일이 일어나 벼렸다. 내 옷뿐 아니라 아이들 옷까지 싹 정리를 해놨던 상황이어서 괜한 부지런을 떨었나 싶다.




이제 여름옷을 꺼내야 하나?


그러다 갑자기 찾아온 이른 고온 현상.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여름기운이 살짝 느껴지는 바람 끝이 심상치 않았다. 드디어 여름옷을 꺼내야 하는 순간이다. 옷장에 켜켜이 쌓아둔 박스를 오픈했다. 몇 년째 입지 않고 개어둔 옷도, 작년 한철 애정했던 옷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반가운 마음도 잠시. 옷과 함께 있던 먼지들이 날리면서 연신 재채기가 나온다. 작아진 아이들 옷과 유행이 지나 더 이상 손이 가지 않은 옷들을 분류하고 나머지 옷들을 옷장에 차곡차곡 정리했다.


옷정리에 대한 보상일까? 아이들도 오랜만에 꺼내보는 여름옷에 신이 났는지 입을 옷을 몇 가지씩이나 꺼내어 요일별로 정해놓기까지 한다. 팔다리가 드러나는 여름옷을 입으니 가볍고 시원해 보여 색다른 재미도 있다.



이번 정리를 통해 옷을 많이 처분했다고 여겼는데, 백화점에 가니 계절을 앞선 여름옷들이 속속 눈에 들어온다. 화려한 조명아래 자리 잡은 마네킹의 옷태가 비현실적이면서 멋져서일까? 그래도 마음에 삼는 위안 하나. 이미 갖고있는 여름옷 무엇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으니 꼭 필요한 옷만 살 수 있을 거란 자신감 섞인 위로를 하며 나를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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