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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31. 2024

아이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다

초등학교 방과 후 학부모 참관수업 현장에서

자, 오늘은 부모님께서 오셨으니 조금 더 의젓하게 해 보자.

초1 둘째의 방과 후 참관 수업날이다. 그 전날 엄마가 꼭 와야 한다며 신신당부하던 아이의 애절한(?) 눈빛을 잊을 수 없어 늦지 않게 도착했다.


참여 학부모란에 서명을 하고 참관기록지를 집어 들고 미리 준비된 의자에 착석했다. 자신의 엄마 아빠가 언제 오나 확인하려 연신 뒤를 돌아보는 초등학교 1, 2학년 아이들의 조금은 흥분한 얼굴이 귀엽다. 그 아이들 중 내 아이가 유독 눈에 띄고 잘 보이니 나도 도치맘이긴 하나보다.



초등학교 저학년 방과 후 교실에서는...


'여러분 제 자리에 앉으세요.
그리고 여기를 보세요.'

평소보다 더 들뜬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다독이며 참관수업에 오신 부모님들까지 챙기는 분주한 선생님. 학년 방과 후 교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아수라장 같.  이런 아이들을 매일 가르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테지, 선생님들의 노고가 느껴지기도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정말 신기한 사실은, 이런 오합지졸 같은 상황이지만 수업시간에 나름의 질서와 규율 속에서 선생님께 무언가를 배우며 서로 도와가며 수업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 몸집만 한 가방을 들고, 천진무구한 눈빛으로 집중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울 지경이다. 예측할 수 없을 만큼 큰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에 절로 응원이 나오게 된다. 엄마가 되어보니 더 절실히 느껴지더라.



아이의 시간 속으로


아이의 수업시간 모습이 궁금했다. 정규 수업이 아닌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방과 후 교실이지만 집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어떻게 다른지, 집중은 잘하고 있는지 혹시 선생님께 밉보이진 않을지 부모의 노파심과 관심이 섞인 마음이 복잡 미묘하다.


운 좋게 큐브, 바둑 등 총 4개의 방과 후 수업을 할 수 있게 된 둘째는, 덕분에 짧은 기간 안에 빠르게 실력이 늘어갔다. (참고로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는 방과 후 수업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추첨제로 선정한다)


공개수업 내내 뭐가 그리 궁금한지 중간중간 엄마의 얼굴을 확인하는 아이, 내가 할 일을 그저 미소로 답하면 되는 일이다. 새삼 아이에게 활짝 웃어줄 수 있다는 것이 이리 감사한 일이던가 싶다.


1시간 20여분의 시간, 초등 저학년 아이들의 집중력을 고려한다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다. 그럼에도 잘 버텨주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퇴사를 한 이후 내가 이렇게 집중해서 한 자리에 앉아 있었던 적은 별로 없던 것 같다. 자연스레 휴대폰에 손이 가는 나란 사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 알림 몇 개가 다이지만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집는 습관은 내게도 아이 교육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단 큰 깨달음도 다시 얻는다.


우리 아이 클로즈업 샷 하나 찍고 조용히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의 모습과 수업에 집중해 본다. 한 반에 50명 정도가 있었던 콩나물시루 같던 그때 그 시절 교실도 생각나고, 휴대폰을 가진 친구들을 부러워했으나 정작 아날로그 생활에 불편함을 잘 몰랐던 학창 시절의 나와 친구들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난다.


아이의 시간 속으로 점점 더 들어가 보니, 그저 당연히 학교에 다니고 수업을 듣고 돌아오는 1학년 아이 하루의 시간이 촘촘하게 와닿는다. 이 작은 체구로 처음 만나는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당차게 적응하며 지내고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했다. 난생처음 제 자리에 앉아 한 시간 가까이 집중해야 함에도 튕겨나가지 않고 사회를 배워나감에 기특했다.


그리고 다시 감사했다. 누군가를 위해 웃어주고 기도해 줄 수 있는 엄마로 살아갈 수 있음에 말이다. 적어도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거부할 수 없는 큰 세상이자 어쩌면 전부가 될 수도 있으니까. 조금 거창하긴 하지만,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선물 같은 이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니까 조금 더 감상에 젖어 누려보련다.


스마트폰 대신 아이의 생활을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하느라, 조금 느리게 흘러가던 한 초등아이 엄마의 한주 기록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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