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쿠쌤 Sep 04. 2024

온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즉석떡볶이 먹던 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더욱 행복합니다

이제 불 좀 줄이고, 면부터 건져서 먹자.


모두의 시선이 고정된 떡볶이 냄비, 아릴 듯 코끝을  자극하는 달큰한 냄새가 혀끝감각까지 닿을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즈음이다. 너나 없이 타이밍을 간절히 기다려왔다. 떡볶이가 끓어올라 익어가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이렇듯 떡볶이, 그중에서도 즉석떡볶이의 매력은 추억과 냄새로 가득하다. 물론 떡볶이 우리나라의 소울푸드 중 하나이이지만 즉석떡볶이의 매력 또한 만만치 않다. 참고로, 분식집형 떡볶이 외에 테이블에서 재료를 넣고 만들어 먹는 스타일을 즉석떡볶이라고 따로 분류한다.


떡을 즐기지 않아 떡볶이 또한 떡 이외의 기타 재료를 골라 먹는 특이한 입맛인 나는, 즉석떡볶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해 왔다. 어묵과 떡, 그리고 고명인 파가 주인 분식집형 떡볶이보다는 만두, 달걀, 라면사리, 각종 채소와 우삼겹 등 본인의 취향 혹은 떡볶이 집의 레시피마다 천차만별인 즉석떡볶이에 당연히 마음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즉석떡볶이집은 피해 다녔습니다


학창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즉석떡볶이 집으로 향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었고, 다양한 레시피의 떡볶이를 접하는 것 또한 미식의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한동안 즉석 떡볶이 집은 거르고 걸러 피해 다니게 되었으니 바로 아이를 낳은 이후부터다. 초보엄마시절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외식에 대해 별달리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육아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이를 키운 다는 것은 개인 삶의 구석구석 굉장한 변화가 일어나는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외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뜨거운 불판이 있는 고깃집이나, 가스레인지가   테이블에 올려져 있는 샤부샤부나 떡볶이집은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가기 어려운 곳이다. 심지어 커피애호가로 늘 따뜻한 커피만 취급했던 내 취향을 아이스커피로 바꾼 것도 아이를 낳고부터다. (혹시 모를 화상의 위험 때문에 아이를 키우면서는 따뜻한 음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어린아이들이 있는 집의 주요 외식메뉴는 단연 돈가스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그 좋아하던 돈가스가 질릴 것 같은 이유'를 참고하시길)


이게 뭐라고, 이리 감격스럽기까지


완전체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즉석떡볶에 집에 왔다.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은 매운 음식도 조금씩 익숙해가지만, 안전하게 '즉석짜장떡볶이'를 주문하고, 나와 남편은 일반 떡볶이를 주문했다. 안전을 위해 가스버너는 테이블에 하나만 놓고, 아이들의 떡볶이는 조리된 후 바로 나왔다. 김이 펄펄 나는 알맞게 익은 즉석떡볶이의 자태란!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평소라면 골라낼 법도 한 채소까지 떡볶이에 어우러지니 군말 없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 쫄면과 라면사리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호로록, 가족과 함께하는 떡볶이 외식은 이런 거구나 싶다. 마치 도전할 생각도 못했던 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기분마저 든다. 그만큼 성장해 준 아이들이 기특하고 감사할 뿐이다. 이제는 곰탕이나 돈가스 말고 좀 더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 봐야겠다. 젖병과 이유식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다니던 초보 부모의 시절을 지나 뜨겁고 매운 음식까지 같이 할 수 있는 시기가 오다니, 오늘을 기념하고 싶었다.

 

아이들은 떡볶이를 야무지게 먹더니 다음번엔 엄마아빠의 매운 떡볶이도 도전해 보겠단다.  아이들의 표정과 의지를 보니 조만간 또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오겠구나 싶다.


미식의 저변이 점차 넓어지고, 아이들이 인식하고 이해하는 세상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엄마로서, 부모로서 어떻게 잘 가르쳐주고 안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고작(?) 즉석떡볶이 덕분에 앞으로의 부모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본 의미 있는 저녁시간이었다.


아무튼, 다음번엔 아이들과 떡볶이 보통 매운맛 도전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