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인물을 다룬 정치색 강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누적관객이 100만이 넘어가고 있던 시점이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당시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있는 영화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에서 별 기대 없이 관람했다.
영화가 마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나이 지긋한 세대는 박수를 치기도 했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분도 보였다.
그럼, 영화가 끝난 후 내 반응은 어땠냐고? '이게 뭐지?'라는 자문과 함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고 표현하는 게 가장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영화자체는 방대한 자료와 인터뷰 형식을 빌어 철저하게 다큐멘터리 형식이었는데 감동과 함께 정의할 수 없는 무거움이 느껴졌다. 마치 과제를 한 아름 떠안은 듯한 기분이랄까?
이승만 건국대통령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민족의 정신과 역사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있다. 학교에서 단군의 고조선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세세하고 면밀하게 역사교육을 시킨 덕분인지, 고려의 주요 왕과 정책, 그리고 조선의 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해 연도까지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근현대사는, 솔직히 거의 배우지 못했고, 교과서에서도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시험에 잘 나오지 않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아 왔다.
워낙 최근의 역사라 역사학자들이 재평가하는데 시간이 걸리겠거니 짐작하며 나도 굳이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건국된 1948년과 초대 대통령 이승만에 대해서는 몰라도 너무 몰랐음을 깨달았다. 누구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고, 그저 '독재나 런승만' 같은 부정적 프레임으로만 언론에서 묘사하는 것을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왔다.
80년대생의 충격
청년 실업률은 연일 치솟고, 취업,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해야 하는 N포시대의 헬조선에 살아가는 것이라고 혹자는 이야기한다. 그래서 내 조국 대한민국의 기적과 같은 발전상을 망각하게 될 때도 있지만 유사 이래 가장 번영하고 평안한 시대를 누리고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여전히 남북은 휴전상태이고 지정학적 위험이 도사리고는 있지만 우리는 지난 70년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서 자유민주주의의 혜택과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인한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소위 '복 받은' 세대인 것이다. 사회질서가 유지되고 K-Wave(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전 세계로 퍼지는 등 문화 수준까지 세계를 놀라게 하는 단계에 이른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정작 내 조국이 어떻게 건국되었으며 자유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어떤 이들의 무슨 노력이 있었는지에 대한 진지한 개인적 그리고 사회적 고찰은 미비하게 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00년 전부터의 역사를 배우고 싶어서
100여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는 근현대 한국사를 좀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시기부터 급격히 시작된 외국과의 교류, 개방, 근대화, 일본의 식민통치, 한국전쟁 등을 찾다 보니 결코 우리나라만 오롯이 떼어놓고 볼 수 없음을 바로 깨달았다. 국제정세와 열강의 이권싸움 아래에서 작고 힘없는 우리는 시대의 기류를 늦게 파악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야 마는 100년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중요한 격변의 시기에 '이승만'이 있음을 보았다. 조선시대인 1875년에 태어나 과거시험을 준비하기도 했으나, 배재학당에서 선교사를 통해 신학문을 배워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마침내 대한민국 건국대통령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 이 사람을 빼놓고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논할 수 있을까!
내가 이승만을 공부하는 이유
그래서 결심했다. 이 분의 인생을 공부하며 대한민국역사를 다시 살펴보기로.
참고로, 나는 이승만에 대한 부정적 평가만 어렴풋이 들어왔던 평범한 80년대생이었고, 최대한 객관적인 관점으로 그의 공과 과를 냉정히 판단하고자 마음먹었다. 또한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내 생각이 이렇게 급격히 변화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독립운동가, 대한민국의 대통령, 그리고 기독교 장로였던 이승만. 시대의 사명을 짊어졌던 크리스천이었던 그가 지금 나와 같은 영 크리스천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일단 <독립정신>, <한국교회 핍박>과 같은 청년 이승만이 쓴 책을 통해 알아보기로 했다.
이념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작금의 현실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 기독교적 세계관을 확립하려고 애쓰는 지금, 어쩌면 이승만에 대한 공부는 이 시대를 위한 크리스천의 자세를 가장 집약적으로 배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독교인으로 평생에 걸쳐 애국심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싸워온 그를 책으로, 그리고 선배 역사학자들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이 여정이 사뭇 기대가 된다. 더하여 사회적으로도 이승만에 대한 냉정하고 이성적인 재평가가 이뤄지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