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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Dec 22. 2024

교회누나, 보수주의에 대해 공부하다 [레이건 일레븐]

미국 현대 보수주의에 관한 입문서를 찾는다면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이었습니다만...


살아오면서 정치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거나 공부해오지 않았다. 선거철마다 외치는 정치인들의 공약을 그저 대충 살펴보고 투표에 참여하며 최소한의 국민의 의무만 행했다. 좌. 우의 이념으로 나뉘어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끊임없이 싸우는 정치계를 보면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 당장 나와는 큰 관계가 없는 남의 일로 치부해버리곤 했다.

굳이 정치적 성향을 따지자면 스스로를 중도라고 칭했고 보수와 진보의 중간 어디쯤의 합리적인 타협선에 있는 것이 막연히 좋은 것이라는 매우 순진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깊이 연구할수록 두 진영 간의 갈등이 왜 이리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를 철저하게 깨닫게 된다.


그러나 크리스천으로서 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찰을 하게 되었다. 혹자는 '기독교인은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파'다 라며 어느 편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속 편한(?) 사람들도 있기는 하다. 그만큼 교회 내에서도 진영 간 가치 충돌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특히 한국 교회에서는 교회는 정치색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여러 일들을 접하면서 내가 믿는 성경적 가치관을 정치이념이자 가치인 '보수주의'에서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시작은 올해 개봉한 영화 '건국전쟁'과도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가 이승만을 공부하는 이유'를 참고하시길)


출처: yes24


레이건 일레븐(11 Principles of Reagan Conservative)/ 폴켄고르 저/조평세 역/ 열아홉/ 2020년 8월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


미국의 부흥기를 일으키며 전 세계 냉전시대를 종식한 배우출신의 미국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에 대해 내가 아는 전부였다. 미국 제40대 대통령인 그는 '보수주의 이념을 현실에서 가장 잘 구현한 정치인'으로 불리며, 소위 '레이건 혁명'이라 불리는 정치·사회적 변혁을 이끌었다. 이를 통해 미국 보수주의는 리버럴로부터 권력, 아니 사회의 주도권을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레이건 일레븐]은 레이건 보수주의 11가지 원칙을 분명하고 간결하게 나타내고 있는 보수주의 입문서라고 있다. 책을 번역한 조평세 박사는 지금의 한국 보수에 필요한 가치관 회복의 이정표를 글이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주의는 사람들이 한 세대, 혹은 열몇 세대 정도에 걸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경험해 온 모든 것을 종합해 발견한 것들을 그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보수주의의 원칙이 옳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1977년 2월 6일, 로널드 레이건


레이건 보수주의의 11가지 원칙


레이건 전문가로 불리는 미국 그로브시티칼리지의 정치학 교수 폴 겐고르는 레이건 보수주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11가지로 설명한다.

▲자유 ▲신앙 ▲가정 ▲인간 생명의 신성과 존엄성 ▲미국 예외주의 ▲국부들의 지혜와 비전 ▲낮은 세금 ▲제한된 정부 ▲힘을 통한 평화 ▲반공주의 ▲개인에 대한 믿음 등

옮긴이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카테고리를 제안했다. 즉, 자유와 신앙, 가정, 생명은 '보수주의의 가치관'을 담는 원칙으로 분류했다. 자유는 보수주의의 핵심 가치이고 신앙은 그 가치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또 가정과 생명은 가치관이 담긴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예외주의와 국부들의 지혜와 비전은 대한민국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보수주의 원칙으로 꼽았다. 또 ▲낮은 세금 ▲제한된 정부 ▲힘을 통한 평화 ▲반공주의 등은 보수주의의 기본 정책 기조이며 '개인에 대한 믿음'은 보수주의의 기본자세로 구분했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 미국 보수주의의 원칙을 한국인이 굳이 알아야 할까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옮긴이가 강조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건국정신과 그 자유민주공화국의 정체성은 다름 아닌 미국의 독립과 건국을 모델로 한 것이며 한미동맹의 진정한 뿌리가 여기에서 출발함을 깨달았다. 따라서 여기 나온 미국 보수주의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레이건 보수주의의 이해를 통해 한국보수주의의 미래와 회복을 그려보길 소망하는 국민의 마음으로 정독했다.


출처: yes24

기독교가 바탕이 되는 보수주의를 바라보다


우리나라 보수를 진정한 기독교 보수라고 말하긴 무리가 있지만, 미국의 보수는 그 시작과 발전에 있어 기독교 정신을 빼놓고 논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도 크리스천이 보수주의의 꽤 단단한 지지층이긴 하지만 그 가치가 성경이 말하는 질서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으며 신앙을 대놓고 표현하는 것을 불편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레이건이 말하는 보수주의 정신은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치인이, 게다가 대통령이 성경구절과 기독교적 예화를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인용하며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미국이라는 나라. 크리스천으로서 신선한 충격이자 부러운 부분이다. 물론 미국의 사회 분위기도 점차 비성경적인 가치로 변하고 있긴 하지만, 그 기본정신과 원칙은 깊이 살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오직 정의를 물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 아모스 5장 24절-
우리는 결코 자유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신앙을 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
공산주의가 또 하나의 슬프고 기이한 인류 역사의 한 챕터를 장식하며 그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있다고 믿습니다. 이렇게 믿는 이유는 인간 자유를 추구하는 힘의 원천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계가 없기 때문에, 동료 인간들을 노예로 삼고 있는 그들을 거부하게 하고 결국 이길 것입니다. 이사야의 말처럼, "피곤한 자에게는 능력을 주시며 무능한 자에게는 힘을 더하시리니...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 독수리가 날개 치며 올라감 같을 것이요, 달음박질하여도 곤비하지 아니하겠고 걸어가도 피곤하지 아니하리로다...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축복하시기를 바랍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1983년 3월 8일 로널드 레이건


세상을 바라보는 두 세계관은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세계관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고 그 창조주는 우리에게 자유라는 축복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말한 세계관이지요... 두 번째 세계관은 종교가 대중의 아편이라고 믿습니다. 그것은 진리, 자유, 민주제와 같은 영원한 원칙들이 국가의 변덕에 불과할 뿐 그 이상의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믿지요. 이것이 레닌의 세계관입니다.

1983년 7월 19일 로널드 레이건


'신앙과 자유의 쌍 등대가 미국의 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다'라고 한 레이건. 그렇다면 종교적이지 않으면서도 보수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러셀커크에 따르면 모든 종교적인 사람이 보수주의자는 아니지만 모든 보수주의자는 종교적이라고 했다. 확실한 건 종교적 토대가 없이 보수주의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고 대체로 보수주의자들이 우리 시대의 종교를 지키고 있다고 저술했다. 대단한 통찰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크리스천으로서, 특별히 기독교 보수주의를 공부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책을 통해 현대 미국 보수주의의 기본 원칙에 대해 어렵지 않으면서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혹시 나처럼 크리스천의 시각으로 정치적 보수주의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일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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