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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서 일주일 이상 지내니 보이는 것들

제주 현지인처럼 지내보기

by 헬로쿠쌤
이번엔 제주도다!


이번 여름, 또다시 제주도로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아이들이 어느 정도 자라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니 여행하기 여간 수월해진 것이 아니다. 아이들이 혼자서 밥을 먹고 화장실을 해결하며 잘 말귀를 알아듣기까지, 그동안의 여행이 얼마나 고달팠는지를 돌이켜보면 극기훈련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기억만 남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이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아이들과 가까운 해외나들이도 그리 부담스럽지만은 않다. 그런데 왜 돌고 돌아 또 제주도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양파 같은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어느 새부터 제주도는 우리에겐 당연한 국내 최고의 인기 휴양지이고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한 큰 섬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 엄청난 축복이라고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제주도는 그 자체만으로 독특한 섬이다. 화산폭발로 이뤄진 이색적인 지형과 이국적인 기후를 차치하고라도 그 면적 또한 동아시아에서는 으뜸인 편이다. 서울과 인천, 부천, 의정부가 다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라고 하면 좀 감이 오려나.



제주도를 즐기는 N가지 방법


제주도는 대부분의 한국인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접근이 용이한 휴가지인 동시에,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한 특별한 장소임에는 틀림없다. 부모님들 세대에서는 각광받던 신혼여행지로, 한때는 수학여행의 메카로, 지금은 글로벌한 인기로 가득한 말 그대로 '환상의 섬, 제주.' 지금까지 여러 번 제주를 다녀왔지만 매번 새로운 모습에 깜짝 놀라곤 한다.


방문할 때마다 늘어나는 각종 전시와 체험시설, 핫한 카페와 맛집. 내가 아는 제주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새로운 볼거리와 놀거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래서 정작 바다와 자연을 느끼러 왔다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며 다음을 기약하기도 했었다. 싱글 시절에 다녀온 제주와, 부부가 되어 느낀 제주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제주는 그 모습은 사뭇 다르다.


갑자기 혼자 훌쩍 떠나기도, 한달살이를 하기에도, 혹은 당일치기로도 제주의 매력을 탐구하는 방법은 수백 가지는 되지 않을까? (제주 당일치기에 대한 기록은 '제주도 '한 달 살기' 말고, '당일치기' 를 참고하시길)



여행을 일상처럼 해볼까


'여행을 일상처럼'이라는 나름의 모토를 갖고 있다. 그동안은 제한된 시간 안에 비용대비 최대 효율을 위해서 새벽부터 밤까지 유명 관광 스폿에 발도장과 사진을 남기는 그런 여행을 주로 해왔다. 여행지의 매력을 느낄 시간도 여유도 없이 그저 여행지에 다녀왔다는 일종의 뿌듯함을 위해서인지 몰라도 제주도를 대하던 나의 태도도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여행보다는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찬찬히 여행지에서 지내보는 그런 방식을 추구하게 되었다. 여행을 대하는 자세의 변화일 수도 있고, 어차피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내 방식대로 절대 해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해서 일수도 있다. 이유가 무슨 상관이랴. 여행을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지.



중산간 지방에서 제주 로컬처럼 살아보기


제주 시내와 유명한 체험전시관, 성산 일출봉, 애월 해수욕장 등은 사시사철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그런 핫 스폿도 좋지만 이번에는 좀 더 제주다움을 느낄 수 있는 숙소를 정해봤다. '제주다움'이란 정의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육지와는 다른 제주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딱히 관광지 위주의 일정이 아닌 것을 의미한다. 각설하고, 이번 여행에는 서쪽 중산간지대에 있는 한적한 매력을 품고 있는 곳으로 갔다. 여기서 중산간이란, 산간지대와 해안지대 사이 지역을 가운데로 설정하여 만든 합성어다. 대표적인 곳은 제주도 한경면 저지리로 해발고도가 130~140m라고 한다. 이곳은 과거 제주도에서 가장 물이 귀하고 변화가 더딘 곳이었으나 최근엔 이주인구도 늘고 변화가 빠른 곳으로 꼽힌다. (출처: 제이누리 참고)


그래서였을까? 저지리에 있던 숙소는 다른 제주 지역보다 언덕이나 오름도 많고 좀 더 시원했다. 고즈넉한 분위기 때문에 여행객의 마음이 한층 여유로웠고 나의 일생의 로망인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을 비슷하게나마 관찰할 수 있었다. 조금 지루하다 싶을 때는 주요 관광지나 시내까지는 차로 이동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에 일주일을 제대로 현지인처럼 살다 올 수 있었다.


특히나 이번 여행에서는, 이토록 숙소를 잘 이용해 본 적이 없을 만큼 숙소 덕을 크게 봤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굴어도 눈치 보이지 않을 한적한 위치의 숙소의 큼지막한 앞마당에 임시 풀장을 상시 대기해 놓고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했고, 인심 좋은 펜션 주인의 밭에서 싱싱한 쌈채소를 수확하기도 했다. 집 근처에서 만난 귀뚜라미, 사슴벌레, 도마뱀 등 온갖 종류의 곤충은 아이들이 환호하기에 충분했다.


3대가 함께한 대가족 여행이었기에 삼시세끼 준비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근처 마트에서 구입한 현지 식재료와 수협에서 만난 싱싱한 수산물도 반가웠다.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고된 노동이라기보다 함께하는 즐거움이 더욱 컸다. 종종 외식을 할 때도 유명한 식당보다는 현지인들의 추천이나 로컬만 아는 그런 곳을 찾아갔다. 그래서인지 가격도 훨씬 합리적이었다. 커피를 마시러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는 입담 좋은 카페 사장님으로부터 맛집과 제주살이 꿀팁을 얻기도 했고, 펜션 주인께는 인터넷으로는 결코 알기 힘든 지역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 여행지가 일상의 터전으로 보이는 신기한 마법을 겪어봤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시간에 쫓기며 일정을 소화했던 지난날의 제주 여행과는 참으로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오늘 변수가 생기면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여유와 함께, '만약 제주에 내가 살게 된다면'이란 가정으로 시작한 질문의 답을 찾아보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보기도 했다.


내가 만약 제주살이를 하게 된다면


'내가 만약 제주에서 살게 된다면?'이란 로망 섞인 가정을 하면서 일주일을 제주에서 보냈다. 그동안은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옵션인데 말이다.


크리스천으로서 제주도에서 교회를 발견할 때마다 관심 있게 보았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 학교들을 지나칠 때마다 유심히 보았다. 특히 서쪽에 국제학교가 몰려있는 곳은 동네분위기부터 조금 달랐다. 혹시 교육을 위해 이곳으로 온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잘 적응할지를 상상해보기도 했다. 사실 적응은 내 문제이기도 할 것 같다. 각종 편의시설이 넘쳐나고 대중교통이 편리한 서울살이에 익숙해져 버린 내가 제주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TV속 연예인들의 멋져 보이는 제주살이와 현실이 되어버린 제주에서의 삶의 괴리감을 엄마인 내가 아이들을 위해 오롯이 만들어가며 내 삶도 챙겨 나갈 수 있을까? 적응력 하나는 타고났기에 어떻게든 살아내리라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당장 짐 싸서 제주로 이사 갈 건 아니고.


이번 제주에서의 일주일은 이래저래 여행에 대한 관점의 변화와 함께 제주의 또 다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던 시간이었다. 길다면 긴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별 탈 없이 잘 지내준 가족들과 아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하며 머지않은 시간 내에 다시 제주를 방문하리라 마음먹어 본다. 그때는 또 어떤 매력을 이곳 제주에서 발견할 수 있으려나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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