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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Apr 09. 2022

제주도 '한 달 살기' 말고, '당일치기'

제주, 당일치기하기 참 좋은 곳

참으로 신선한 제주여행


제주도를 당일치기하겠다고?


벚꽃과 함께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날, 나의 '제주 여행 계획'을 들은 B가 놀란 듯 물었다. 하긴 예상치 못했으리라. 제주도를 당일로 여행하는 이야기는 흔치 않으니까. 사실 '제주도 당일치기 여행'이라는 신박한(?) 여행 콘셉트 알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서울에서 비행기까지 타고 가야 하는 머나먼 남쪽 섬 제주에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라니 누가 쉽게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어느새 트렌드로 자로 잡은 '제주 한 달 살기', '제주 일 년 살기'등은 각종 매체에서 접해서 익숙해진 듯하다. 주변 지인들도 시도하는 것을 심심찮게 보곤 하니까. 나도 방학 때는 아이들과 한 달은 못해도 보름이라도 제주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 당일치기 여행이라니, 참으로 신박하지 않은가!

예전에 항공사에 근무하는 친구로부터, 본인들은 비행기 요금 할인이 많이 되니 비수기에는 회를 먹으러 제주도에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땐 딴 나라 이야기 같아서 웃어넘겼다. 그러다가 '당일치기 제주 여행'이라는 신선한 여행 콘셉트를 도출하게 된 계기는 여행을 포함한 국내 핫플레이스 발굴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지인의 권유였다.


물론 제주도는 올타임 페이보릿(All-time Favorite) 국내 원탑 여행지 자리를 오래도록 유지하고 있다. 이국적인 풍경에, 푸른 바다, 온화한 기온, 독특하고 맛있는 먹거리 등 관광객이 매력을 못 느낄 요소가 단 하나도 없어 보이니 말이다.



제주 당일치기, 참신하지만 망설여진다면?


'참신한 건 알겠는데 왠지 당일치기로 제주에 가기엔 시간과 돈이 아까울 것 같다'


'제주 당일치기 여행'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내 반응이 딱 이랬다. 대부분의 경우 제주 여행은 큰 맘을 먹고 계획하며 준비하곤 한다. 비행기를 예약하고 바다가 보이는 멋진 숙소를 잡으며 렌터카까지 예약을 하는 큼직한 틀을 잡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니까. 원래 여행은 준비하는 과정이 더 설레는 법이다. 아무 때나 가기 힘든 곳이기 때문에 몇 달 전부터 예약을 하며 기다리기도 하는 환상의 섬으로의 여행.


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중학교 수학여행으로 처음 접한 제주의 바다는 가히 경이로웠고, 꼭 조만간 다시 오리라 다짐했건만 쉽사리 올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그때는 해외여행이라는 매력적인 옵션이 있기도 했고, 살다 보니 큰맘 먹고 떠나는 여행이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더라. 다행히 그 후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 여행을 했다. 2박 3일 혹은 3박 4일로 즐기는 제주여행의 일정은 대부분 빡빡했다. 제주가 워낙 넓기도 하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관광지들이 급속도로 많이 생기면서 하루 일정을 무리해서 짜기도 했다. 한 번은 제주 동부권만 그다음엔 제주 서부권을 보기도 했다. 현지인처럼 여유롭게 제주의 이색적인 풍경을 체험하기엔 시간이 무척 아쉬웠다.  물론 그다음 여행을 기약하면 되긴 한다만.



여행에 관한 생각의 전환을 하다


비단 '제주 여행'뿐이 아니다. 해외여행을 가기라도 하면 대부분의 경우 여행사에서는 무리하게 일정을 짜며 소위 '발도장'을 찍는 정도의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쉽게 다시 갈 수 없는 해외여행이라 십분 이해는 가지만 아쉬운 것은 매한가지다.


개인적으로 진짜 여행은 '현지인처럼 먹고 즐기며 지내다가 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시드니 유학시절 만난 유럽 여행자들의 마인드가 딱 이랬다. 최소 한 달 이상 지내면서 틀에 박힌 일정이 아니라 개인 취향으로 여행지를 즐기는 그 여유로움이란! 빨리빨리 문화와 짧은 휴가기간으로 인해 우리에겐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내가 이번 '제주 당일치기 여행'을 준비하며 가진 마인드는 심플하다.

'갈 수 있을 때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세상 단순하고 명백한 논리 아닌가. 그래서 더 마음이 편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목표는 딱 하나, '바다  보기'


'제주 바다 실컷 보고 와야지'

언제 봐도 물리지 않는 이국적인 푸른 바다. 그것도 봄바다. 운이 좋으면 유채꽃부터 벚꽃까지 화려한 꽃들의 향연도 볼 수 있으리라. 물론 날씨도 도와줘야 하겠지만 말이다.

당일여행이니 체력관리는 필수였다. 그다음 날 바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애초부터 무리한 스케줄은 넣지도 않았다.


새벽부터 일어나 공항으로 향했다. 아이들도 짐도 없이 부부만 하는 여행이라 몸도 맘도 가벼웠다. 짐을 부칠 일도 없으니 수화물 처리는 가뿐히 패스. 여유롭게 도착한 공항을 돌아보며 라운지에서 잠시 커피를 마셨다. 한 시간여의 비행 끝에 마주하는 환상의 섬, 제주. 곧장 계획했던 곳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참고로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새롭게 탈바꿈한 애월의 카페거리는 맛집으로 즐비했고 바다를 품은 둘레길은 환상적인 뷰를 제공했다. 이른 브런치를 먹고 제주의 유채꽃을 즐기며 사람이 덜한 곽지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한적하며 여유로운 뷰. 내 평생 바다를 이렇게 집중적으로 몰입해서 그야말로 실컷 본적 이 있었을까? 그간 제주여행에서는 일정이 바빠 이동거리가 많아서 바다보다는 도로를 많이 봤던 것 같아 실소가 나왔다. 


바다를 보며 하는 산책, 바다를 보며 먹는 식사, 바다와 함께 마시는 커피. 이 정도면 여행 목표 100% 달성이다. 처음 시도하는 '제주 당일치기'라서 공항에서 비교적 가깝고 유명한 애월. 곽지 쪽으로 갔지만 다음번엔 노하우가 좀 더 생겨서 더 다양한 곳을 가볼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생긴다.



여행을 마치며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니 밖이 어둑어둑해진다. 극강의 체력인 사람들은 집에 갈 때 밤 9시 비행기 타기도 하지만, 다음날 컨디션이 걱정되어 이른 저녁 비행기를 선택했다. 하루가 참 길었다. 그리고 꿈같았다. 그래, 내가 제주도에 다녀왔구나!


혹시 이 글을 보고 '제주 당일치기'를 계획한다면 위의 장소는 개인적인 스케줄이니 참고만 하고 제주여행 카페를 참고하시길 바란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스케줄을 입맛대로 골라볼 수 있다.


당신의 제주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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