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쿠쌤 Oct 24. 2022

한옥 스테이, 뭐가 좋아요?

아이들과 함께한 한옥에서의 하룻밤

대세는 한옥 스테이


한옥 스테이가 대세다. 바쁘고 정신없는 도시를 벗어나 운치 있는 한옥에서 지내는 힐링 가득한 일상을 꿈꾸었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된 '윤스테이'라는 예능에서 나온 한옥은 매력 그 자체였다. 그러나 불편함과 난방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그저 마음속으로만 꿈꿨었다.


한옥 스테이가 대세가 된 이유를 '스테이 문화의 연장'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단순히 잠만 자는 투숙이 아니라 휴가의 의미를 공간에 부여한 스테이. 코로나19 전후로 국내여행 증가와 함께 가파르게 성장한 숙소 유형이자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스테이 시장에서, 색다른 곳에서 나를 위해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의미로의 한옥은 매력 넘치는 대안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옥의 불편함을 개선한 독특한 형태의 한옥이 많아지고 있다. 한옥의 뼈대는 살리되 현대적 감각으로 내부를 설계해 편리하고 세련된 환경을 구성하는 것이다. 한옥집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나 같은 이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옥 스테이 열풍이 불면서 전국의 유명 고택은 순식간에 예약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아원고택’ ‘윤스테이’의 배경이 된 ‘쌍산재’가 대표적인 예다.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MZ세대들. 나도 인스타그램 속 멋진 인증샷 한 장으로 한옥스테이를 시도해봤다.




아이들과 한옥 스테이를 해볼까?


충북 옥천을 아시는지? 개인적으로 최근 온 가족과 함께 시골살이를 한 바로 그 지역이라 제2의 고향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다. 지리적으로는 대전과 매우 가깝고 옥뮤다(옥천+버뮤다)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인 곳. 면단위로 갈수록 대청호를 중심으로 천혜의 자연이 펼쳐진다. (충북 옥천 시골살이에 대한 내용은 브런치북 <서울가족의 한시적 시골살이>를 참고하시길)



서울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2시간 즈음 달려 도착한 옥천역. 참고로 옥천은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군 단위라고 한다. 미취학 아동 4명과 함께한 대가족 여행이니만큼 처음 하는 제대로 된 기차여행에 엄마인 나는 바짝 긴장했었다. 그러나 그 긴장이 무색하게 아이들은 좌석에 얌전히 앉아서 창밖의 풍경을 보고 사람들을 보며 비교적 수월한 기차여행을 즐겼다.



왜 굳이 이곳을 택했냐고 물으신다면?


옥천으로 한옥스테이를 떠난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접근성이다. 앞서 언급한 기차여행이 가능하며 서울에서 멀지 않은 위치 덕분에 아이들과도 짐가방 하나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었다. 더하여, 옥천역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떨어진 구읍에 위치한 숙소의 접근성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난 2020년 문을 연 옥천 전통문화체험관은 한옥스테이뿐만 아니라 여러 전통문화와 체험을 할 수 있어 한 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한옥 스테이 주변으로 정지용 생가, 육영수 생가, 옥천 향교 등의 관광지가 많았지만 아이들은 그저 넓디넓은 앞마당에서 뛰고 노는 것만으로도 1박 2일을 충분히 누리고 또 누렸다.


나는 아이들과 동행하는 가족여행이라 주변의 다양한 곳은 가보지 못했지만, 여행을 온 젊은이들은 이곳 한복대여점에서 한복을 빌려있고 인증샷을 찍으며 구읍 일대를 돌아다니기도 하더라.



한옥 스테이, 정말 좋던가요?


전통적인 한옥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요즘 한옥 스테이. 숙소 내부 시설은 깔끔 그 자체였다. 시스템 에어컨과 깔끔한 침구가 정리되어 있는 쾌적한 공간. 군에서 직접 운영을 해서인지 숙박료도 매우 합리적인 것도 강점이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군에서 굉장히 많이 신경 쓴 티가 날 정도. 한옥이라는 특성상, 취사는 불가능했지만 전자레인지와 정수기가 있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옥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정취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날씨 좋은 날 툇마루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흘러가는 구름과 뛰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일. 그 단순하고 일상적인 순간마저도 잊지 못한 추억으로 만들어버리는 매직이랄까? 내가 머무는 곳에서 자연을 이토록 가까이 느끼던 적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한 며칠 더 머물다 가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기도 했다.


가을이라 시절이 참 좋았던 것도 한몫했다. 도시와 달리 밝은 불빛이 많지 않은 시골의 밤은 더 어둡다. 은은한 조명 아래 한옥에서 바라보는 산과 들의 희미한 모습과 기분 좋은 바람, 그리고 정취까지. 호텔 패키지에 비유하자면 한옥 패키지에 이 모든 것들이 포함되어있는 것 같았다. 숙소는 단지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던 어느 전문가의 말이 새삼 마음에 깊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온 가족이 한옥의 각기 다른 매력을 발견하다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쉽지 않다. 이번 여행 역시 육체적으로 고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다. 그러나 모든 구성원이 만족했다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다.


60대 부모님 세대에겐 향수와 추억을 선사하고, 아이들에게는 눈치 보지 않고 흙에서 뛰노는 자유를, 그리고 내겐 한옥스테이의 로망을 이뤄준 시간. 그 선물 같은 시간은 한옥 스테이였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오래 남으리라 짐작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도 '한 달 살기' 말고, '당일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