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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Apr 30. 2022

난생처음 치킨집에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고기 잘 먹고 잘 사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우리 오늘은 치킨집 어때요?

부부 데이트가 허락된 어느 여유로운 저녁, 남편에게 물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의 모습에 별안간 웃음이 났다. 하긴, 연애와 결혼기간 총 10년간 단 한 번도 치킨집에서 데이트를 한 적이 없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치킨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길.



그녀의 이상한 식성


난 굉장히 대중적이지 않은 입맛을 가졌다. 고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고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며, 김치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다. 그렇다고 과일이나 채소를 딱히 잘 먹는다고 할 수도 없다. 오히려 파스타나 리조토 같은 서양 음식, 고수나 샐러리가 들어간 향이 강한 음식 등을 잘 먹는다. 덕분에 유학을 가거나 해외여행을 떠났을 때 음식 때문에 고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의 최애 음식은 도대체 뭐냐고? 커피와 샌드위치 조합, 쌀국수, 타이 커리 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메뉴를 나열하고 보니 내가 생각해도 괴상하리만큼 독특하긴 하다. 참고로, 부모님과 형제들은 모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일반적인 식성을 가졌다. 가족들 사이에서도 '식성 독특한 딸'이란 말을 지금껏 듣고 있다.


커피와 샌드위치, 나에겐 꿀 조합

다이어트 식단 = 고기 안 먹기?


고등학교 시절, 인생 최대 몸무게를 기록했다. 오히려 만삭일 때보다 더 통통했었던 기억이다. 그 시절엔 밥만 먹고 활동량 없이 학업을 했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그 이후 다이어트를 했고 건강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생겼다. 20대부터 꾸준히 다이어트를 일상처럼 지속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히 음식 섭취량을 확 줄여서  몸무게를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면, 점차 식생활 습관과 운동을 더하여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향했다.


소위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을 위해 더 고기를 멀리하게 되었던 것 같다. ‘고기는 다이어트의 적’이라는 막연한 불안과 편견을 가졌던 것이다. (그래도 좋아했으면 먹었겠다만)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미약하다. 비만은 특히 정제한 탄수화물, 즉 당류가 그 원인이라 고탄수화물 식품이 다이어트의 적이라고 한다. 게다가 건강을 관리하려면 육류나 생선처럼 양질의 단백질과 채소 등 다양한 영양소 섭취가 필수적이다.  쉽게 말해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비건(Vegan)이 뜨는 시대, 고기를 외치다


그 어느 때보다 '채식'에 대해 관심이 높은 시대를 살고 있다. 더 이상 채식주의자는 유별난 식성을 가진 소수가 아니란 뜻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모 대기업 구내식당에 무려 '비건 간편식'메뉴가 등장했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동물복지와 기후환경 등의 가치소비 확산 등으로 더욱 트렌드화 되는 듯하다. 나도 자주 가는 '스타벅스'에서도 '대체육 샌드위치'가 인기라니 이제 채식주의, 비건이라는 움직임도 무시 못할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이런 움직임 속에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그동안보다 많은 양을 말이다. 본래 고기를 좋아하지 않기에 생고기보다는 아직은 양념육을 선호한다.



고기를 더 잘 먹기 시작했습니다


고기를 찾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체력과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아침엔 커피 한잔, 고기와 단백질 섭취는 제대로 하지 않고,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내 식성. 몸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제대로 된 기본 식사를 하지 않은 채, 각종 영양제를 찾고 매일 운동한답시고(?) 설쳤던 얼마 전까지의 내 모습이 지금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러던 중, 친구 B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어마 무시한 양의 음식, 특히 다양한 고기 사진에 놀라게 되었다. 그는 슬림한 몸에 누가 봐도 에너지 넘치는 체력을 가진 사람이다. 먹성이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을 몰랐다. 그동안 나와 식사를 하며 음식양과 메뉴에 있어서 얼마나 성에 안찼을까 생각하니 미안해지기까지. 그녀는 최근 헬스장에서 운동까지 시작한 후 고기의 효과를 더욱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단백질 셰이크나 흔히 말하는 헬스 트레이너가 하는 철저한 식단관리 없이도 몸이 정말 달라지고 있으니 놀랄 일이다.


'일단 고기로 양질의 단백질을 드시고 운동하세요.'

그녀는 비실거리는 나를 보며 말했다. 역시 먹는 게 중요한가 보다. 옳은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감소하므로 꾸준히 단백질을 섭취하는 습관이 중요하며, 그 주요 공급원은 다름 아닌 고기다. 물론 콩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도 있지만, 매번 철저하게 채식 식단을 유지할 자신이 없는 나는 고기를 선택하기로 했다.


역사적인 치킨집 데이트


고기 먹고 잘 사는 법

내가 고기를 자주 먹기 시작하니, 가장 놀라면서도 반기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다. 이 글을 빌어, 그동안 나의 특이한 식성을 참아준(?) 가족과 짝꿍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나의 특이한 식성 때문에 맘고생했을 짝꿍의 이야기는, '결혼 7년 만에 깨달은 사실'을 참고하시길)


오늘 아침에도 갓 내린 향긋한 카푸치노로 시작을 했다. 뭐 습관은 하루아침에 확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그러나 계속해서 다짐하고 실천해보려 한다. 고기도 채소도 건강히 먹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


혹시 누가 아는가? 내가 건강한 고기 식단의 증거를 가진 건강 전도사가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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