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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12. 2022

서울 사람, 서울 관광하다

서울시티투어버스타고 고궁 나들이 가던 날

서울시티투어버스?
그거 외국인들만 타는 거 아냐?


날씨가 좋아 집에만 있기 아까운 나날들이 왔다며 동생이 서울 나들이를 제안했다. 때마침 해제된 거리두기 덕분이기도 했다. 고궁 곳곳을 달리는 2층 버스를 타고 하는 서울 나들이라... 완벽한 계획이다. 내가 서울 사람인 것을 제외하고 보면 말이다.


도심  곳곳을 달리는 빨간색 서울시티투어버스를 자주 보곤 했다.

시원하게 뻥 뚫린  2층에 앉아 서울 도심을 관광하는 사람들을 보며 '관광객들이 서울 여행하나 보네' 정도로 큰 감흥 없이 대하곤 했다. 그러다가 드디어 나에게도 그 빨간 2층 버스를 탈 기회가 왔다.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서울 시내를 달려보다



서울의 고궁


서울의 고궁. 출퇴근길 혹은 길을 지나가다 수도 없이 지나치곤 했던 너무나 익숙한 조선왕조의 궁궐. 최첨단 현대식 건물이 즐비한 글로벌한 도시 서울 곳곳에 조화롭게 위치한 고궁의 모습은  대단히 생경하기도 신기하기도 한 광경이다. 나에겐 친숙한 고궁의 풍경, 회사 다닐 때 점심 먹고 산책을 즐기곤 했던 그 고즈넉하고도 편안한 궁이 어쩌면 서울을 상징하는 시그니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단지 늘 가까이 있기에 익숙했던 것일뿐.



서울 사람이 서울관광을 할 때


시각을 살짝 비틀어 보기로 했다. 내가 서울을 관광하러 온 외국인 혹은 지방 사람이면 어떤 마음으로 서울을 볼까?라는 생각을 하며 말이다. 내게 서울을 볼 하루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혹은 서울에 놀러 온 친구에게 투어가이드의 역할을 하루 동안 해야 한다면 과연 어디를 갈까?


대학 시절, 외국인 친구들과 종로나 인사동 거리를 가곤 했다. 그건 꽤 오래전 일이고 그 사이 서울의 관광 인프라도 어마어마하게 좋아졌다. K팝이나 영화를 주제로 한 테마여행을 하는 외국인들도 꽤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일반적으로 서울의 특징이나 아름다움을 하루 만에 보는 데에는 마천루 속에서 조화롭게 자리한 서울의 고궁이 제격이라는 결론이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서울 나들이가 의미 있게 다가왔다.



서울시티투어버스, 타보니 어때요?


투어버스의 강남, 야경 등 여러 가지 옵션 중 ' 도심 고궁코스'를 선택했다. 이름만 들어도 전통미(?) 스웩이 느껴지지 않는가. 출발지 광화문에서부터 남산, 창덕궁, 경복궁, 인사동, 그리고 요새 매우 핫한 청와대까지 쭉 훑어내리는 알짜배기 루트가 마음에 쏙 들었다. 배차간격은 60분이고 티켓을 끊으면 매시간마다 그 정류장에서 타고 내리기를 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렀지만 날씨 좋은 휴일이라 그런지 이미 광화문 버스 출발지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이 가득했다.



출처: 서울시티투어버스 공식 홈페이지


코로나 시국이라 외국인 관광객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신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탄 듯했다. 지역색 짙은 각종 방언을 들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타고 내린 정류장은 남산 N서울타워. 남산은 자고로 케이블카지 라며 '라떼는' 시전을 했었는데 이제 말을 바꿔야겠다. 남산은 서울시티투어버스를 타고 가는 것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버스 2층에서 보이는 숲 사이로 비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은 온몸으로 맞는 기분이란! 서울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 그 자체가 멋스럽게 다가오기도 했다.


버스는 근사한 남산에서의 뷰를 선물한 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대학로를 거쳐 고궁으로 진입했다. 나는 경복궁 정류장에서 내렸다. 주변에 인사동, 청와대, 현대미술관 등 볼거리가 몰려있어서 평일 오전인데도 거리는 북적거렸다.


국립민속박물관 내 근대화거리
국립민속박물관 야외

보석을 발견하다


어린아이들을 동행한 나들이라 동선이 복잡하거나 걷는 시간이 길면 어려운 상황. 주저 없이 '국립민속박물관' 주변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욕심 같아서는 경복궁을 휙 하고 산책하고 싶었으나, 경복궁 명성만큼이나 사이즈도 상당하니 시간과 마음을 넉넉히 잡고 가시라.


아이들 때문에 나들이 반경은 줄어들었지만, 덕분에 서울시티투어버스라는 것도 타보고 국립민속박물관이라는 명소도 알게 되었다. 경복궁에는 종종 갔었지만 그 옆에 있는 민속박물관까지 탐방한 마음의 여유나 계획은 없었더랬다. 그러나 이번 나들이를 통해 오늘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나의 부모님 세대들이 좋아할 법한 근대화거리,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널따란 정원과 아름다운 고궁 뷰. 박물관 자체의 디자인도 퍽 한국스럽다.


때마침 진행하는 어린이날 맞이 체험 이벤트에 아이들은 신이 났고, 봄을 맞아 더욱 풍성해진 박물관 곳곳의 아름다움과 세심한 관리에 감탄한 어른들도 덩달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곧 유치원에서 돌아올 둘째들을 데리러 서둘러 가야 하는 일정이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좋게 말하면 이번 서울 나들이, 매우 성공적이다.


호주 유학시절,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여행하듯 살았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호주 유학생이 말하는 호주 즐기는 법'을 참고하시길)그리고 이는  정말 잘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서울에 사는 지금, 가끔은 이렇게 여행하는 마음로 살아보는 것도 꽤나 멋진 일인 듯하다.


더불어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의 일상 여행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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