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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Sep 13. 2021

호주 유학생이 말하는 호주 즐기는 법

나는 아직도 시드니가 그립다

호주에 가보고 싶나요?

코로나 때문에 주춤하긴 해도, 예나 지금이나 호주는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11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이 만만치 않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방문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어권 국가라 영어를 배우러 가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독특한 호주식 영어 발음이 걱정된다는 사람도 있으나, 발음보다는 개인의 '영어실력'이 문제 이리라. 게다가 남반구에 위치해 있는 호주는, 한국과는 계절이 반대라 색다른 매력을 뽐낸다. 이 글의 목적이 호주의 매력을 홍보하려 함은 아니지만 호주는 분명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곳임에 틀림없다.



'호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영어를 쓰는 나라이자 치안이 괜찮은 곳. 천혜의 자연환경 속에 캥거루와 코알라를 볼 수 있는 청정국가. 호주 유학을 가기 전에 갖고 있던 호주에 대한 단편적인 이미지였다. 그 단순하지만 강한 이미지 덕분에 호주에 있는 대학원을 선택했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막상 호주에 와보니 심심하리만큼 여유로운 일상에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 특유의 느린 여유로움 속에서, 내가 살아온 서울이란 도시는 매우 크고 빠르고 바쁜 곳이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여담이지만 수년 전에 사용되었던 'Dynamic Korea'란 한국을 나타내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척 적절하게 느껴진다. 혹자는 '호주를 심심한 천국', 한국을 '재밌는 지옥'이라고 하더라. 웃자고 한 이야긴데 묘하게 설득력 있다.

'호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즐길거리 가득한 호주에서 나는...

내가 호주에 거주한 시간은 2년이 채 되지 않지만, 단기 여행을 온 사람들에 비해서는 호주를 좀 더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호주까지의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일주일에서 이주일 가량 여행을 온 한국 관광객들이 대다수다. 거기에 여러 지역을 비행기로 이동하며 발도장 찍듯이 다니는 패키지여행상품이 대부분이라 그 지역을 흠뻑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한 일정이다. 물론 이것도 회사 눈치 보고 일정을 조정해가며 얻어낸 황금 같은 시간 이리라. 또한 작정하고 관광하며 즐기러 오는 맘 편한(?) 여행객과 현지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고단한 유학생의 현실을 볼 때 호주를 바라보는 관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줄곧 시드니에서 지냈다. 학기 중이 아닐 때는 한국에 다녀오기도 하면서. 지금 돌이켜보니 좀 더 많은 호주의 지역을 여행하고, 가까운 뉴질랜드까지 갈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인데,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움츠러들어 있었을까? 물론 주말엔 시드니 구석구석 멋진 카페에 다녀보기도 하고 근처 와인벨리, 포트스테판, 울릉공 등에 다녀오긴 했다. 그러나 그 큰 호주 대륙에서 정말 소소하게 놀았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한강유람선이나 63 빌딩에 거의 가지 않는 격에 비유한다면 오버스러운 것일까?


핑계 같은 변명을 해보자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대학원 수업을 영어로 따라가며 과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첫 학기에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수업과 평가방식에 좀 헤맸던 기억이 난다. 내 마음에 여유가 많지 않으니 주변을 돌아보며 시드니를 경험하고 즐길 여유를 찾기 힘들었던 것 같다. 시드니에는 한국사람이 아주 많은데 어학연수를 오거나 워킹홀리데이를 온 젊은이들이 많다. 아무래도 그들은 학업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여행에 대해 굉장히 적극적이다. 워홀러들은 호주 농장에서 꽤 큰돈을 모아서 시드니나 멜버른 같은 대도시에서 쇼핑을 즐기고 곳곳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영어를 배우러 온 많은 친구들도 여유로움이 많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무조건 영어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해변으로 서핑 가는  브라질 친구도 여럿 봤다. 개인 성격인지 라틴아메리카의 느긋한 국민성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호주 유학생의 호주 즐기는 법

그래서 내가 찾은 호주 즐기는 방법. 바로 최대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것이었다. 아침에 로컬카페에서 친근한 바리스타가 뽑아주는 향긋한 카푸치노 한잔을 마시며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수업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고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한다. 점심은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락사 한 그릇. (락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호주에서 만난 소울푸드, 락사(Laksa)'를 참조하시길)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오는 길엔 향긋한 바질이 매력적인 샌드위치 하나 사서 마트에 들려 필요한 물건을 사고 돌아온다. 저녁엔 셰어하우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TV를 시청하고 집안일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호주가 아니라 서울이라 해도 믿을 법한 유학생 시절 나의 평범한 하루. 물론 앞서 말했듯이 주말엔 시드니 이곳저곳을 다녀보기도 하고 영화관도 다니며 여유를 즐겼다. 시드니는 거대한 관광의 중심도시라 시도 때도 없이 각종 행사와 볼거리가 가득했다. 각종 행사장을 돌아보며 신기한 볼거리와 맛있는 커피와 티를 즐기는 것도 유학생의 작은 사치였다.


별다를 것 없는 그날의 일상들이 지금 보니 찬란하기 그지없다. 호주 유학시절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나는 시기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이역만리 타국에서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며 새로운 사람과 음식을 접하고 문화를 접하는 에너지 넘쳤던 시기. 그때는 싱글이어서 더 그랬던 것일까? 나 하나 건사하면 되니 그저 공부를 잘 마치며 잘 살아내자 라는 일념 하에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것은 아니지만, 감사하게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참고로 유학에 필요한 학비와 생활비는 2년간 내가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모아놓은 돈과 부모님의 도움으로 충당되었다)

일상처럼 즐기는 여행


참으로 매력적인 호주이지만...

호주가 가진 다양한 매력 덕분에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살고 싶어 하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저 시드니의 날씨가 좋아서 이민을 결정했다는 사람도 봤을 정도니까. 다양성을 중시한 질 높은 교육환경과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여유를 찾아 이민을 온 사람들도 종종 봤다. 물론 먹고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어딜 가나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민에 까다로운 미국에 비해서 정책적으로도 기술이민 등을 반기는 분위기이니 관련한 기술 종사자는 이민 시 혜택이 있기도 하다.


참, 호주의 행정시스템은 어딜 가나 굉장히 느리다. 빠르고 편리한 한국의 처리속도와는 비교 자체가 안될 정도로.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룰이며 호주에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바쁘고 빠르며 숨 돌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만 살던 사람이라면 반대의 매력을 갖고 있는 호주가 긍정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한국음식점과 한국 마트도 시드니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으니 이것 또한 장점이다. 워낙 독특한 입맛을 가진 나는 한국음식을 먹지 못해도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인데, 혹시 나와 같은 입맛의 분들은 기대하셔도 좋다. 동남아시아 음식의 다채로운 향연과 서양식 요리의 신세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호주니까.

단, 공산품, 옷 등의 질은 한국이 그리울 수도 있다. (이건 개인차가 있겠지만 내 경우는 그렇다)




내가 일주일의 시간을 호주 여행에 쓸 수 있다면?

내 여행 원칙. 최대한 로컬처럼 여행지에서 보내보기.

그 원칙을 제대로 적용해보고 싶다. 호주는 늘 마음속 그리운 곳 일 순위이지만 멜버른, 골드코스트 등 가고 싶은 곳도 못 가본 곳도 많은 나라다. 그런 내게 일주일의 시간이 호주 여행에 주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러나 난 주저 없이 예전에 살던 시드니를 구석구석 돌아보겠다. 도시 곳곳과 외곽을 다니며 유학생 시절 놓쳐버렸던 여유와 감상의 시간을 더해서 말이다. 기억을 더듬어 맛집을 찾아가고 새로운 레스토랑과 시드니의 변화에 감탄할 것이고 햇살 가득한 항구도시의 경관에 감사할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사랑하는 짝꿍의 손을 잡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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