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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Oct 09. 2021

난생처음 헬스장 회원권을 끊다. 그것도 호주에서.

너무나 당연하지만 건강이 우선입니다

호주 생활은 어때? 건강히 잘 지내는 거지?

유학 시절, 한국에 있는 지인들과 전화를 하면 으레 묻는 안부인사. 타국만리에 떨어져 있는 친구와 단 몇 분간 통화할 수 있을 때, 먼저 목소리로 생사확인(?) 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흔한 주제. 바로 '건강'이다.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시기인 20대의 나였기에 유학생활 중 '건강 관리'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유학을 준비 때도, 학교와 숙소, 생활비 지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만 정작 어떻게 건강한 유학생활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나 당연히 '건강'이라는 전제를 깔고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뭐 먹지?

포부는 거창했다. 글로벌한 환경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큰 꿈을 안고 호주 유학길에 오른 나였으니까. 그러나 막상 시드니에 도착하여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나니, 보다 현실적인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뭐 먹지?'.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요리 한번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나. 부끄럽지만 다른 집안일도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결혼 전에도 우리 어머니께서는 '살림을 좀 가르칠 걸.'이란 후회를 하셨다는 후문) 부모님이 해주는 따뜻한 밥을 먹고 부모님 집에서 편하게 학교와 직장을 다니며 오직 내 공부와 안위를 위한 삶을 살아온, 어찌 보면 철없던 처자인 내가,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머나먼 호주 땅에서 도대체 어떻게 먹고 살 작정이었을까. 참으로 용감하고 무모하기까지 하다.


첫 한 달은 홈스테이에서 지내서 저녁 한 끼는 제공받았다. 아침과 점심은 미리 Woolworth 같은 대형 마트에서 샌드위치 재료나 시리얼을 사놓아 만들어 먹거나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해결했다. 그때만 해도 호주 시드니 곳곳에서 즐길 수 있는 미식의 매력을 잘 몰랐기 때문에 그저 단순한 식생활이었다. 시드니 시티에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하고부터는 셰어 메이트들과 같이 식사를 할 때도 있었지만 모두 하는 일과 스케줄이 제각각이었으므로 주중에는 각자도생이었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기본 빵(레바니안 브레드, 식빵)과 우유는 제공되었다.

디저트 러버의 천국, 시드니

요리할 시간도, 재주도, 의지도 별로 없던 유학생 시절이라 밖에서 음식을 자주 사 먹었다. 내가 사는 시티에는 괜찮은 샌드위치 가게 카페가 많았는데 마감시간에 가면 굉장히 할인을 많이 해준다. 할인된 샌드위치(보통 팔고 남은)를 싼 가격에 다양한 종류를 먹어보기 시작해서일까? 이때부터 샌드위치 마니아가 된 듯하다.


아무튼 외식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빵, 기름진 음식, 그리고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단 디저트류를 많이 접하게 된다. 베이커리나 디저트를 즐겨하지 않던 나조차도 그런 음식에 노출이 많아져서  점차 살도 찌고 체력이 달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에 살다 한국에 가면 먹는 음식이 달라져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몇 킬로그램은 빠진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국음식을 먹지 않아도 딱히 괴로울 것 없는 독특한 식성 덕분에 시드니에서 지내는 동안 전 세계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어 무척 즐거웠던 기억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호주에서 만난 소울푸드, 락사(Laksa)를 참조하시길)

이렇듯 미식으로 입을 즐거웠으나 몸은 점점 무거워졌다.




난생처음 헬스장 회원권을 끊다. 그것도 호주에서.

'시드니는 디저트의 천국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에서는 전혀 접하지 못했던 맛있는 디저트가 시드니 곳곳에 널려있었다. 그러나 식생활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디저트류 섭취를 줄였다. 내가 직접 요리를 하지 않으니 한계가 있었지만 좀 더 건강한 음식을 사 먹으려 노력했다.


디저트를 끊은 나는, 한국에서도 해본 적 없는 '헬스장' 회원권을 끊었다. 'Fitness First'라는 호주 헬스장 체인이는데 내가 사는 집 근처에만 지점이 무려 3군데가 있었다. 각 지점의 규모와 특징이 조금씩 달랐으나 회원권 하나로 어느 지점이든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아무래도 도심 한복판에 사니 이런 점이 편리하고 좋더라. 헬스장 내 그룹수업도 었는데 당시만 해도 겨우 이름만 들어봤던 운동인 '필라테스(Pilates)'도 배우기 시작했다. 짐볼 등의 소도구를 이용하는 필라테스, 요가, 덤벨로 운동하는 그룹클래스에 참여하는 것이 어느새 낙이 되었고 학교 수업 스케줄이 허락하는 날 거의 매일을 헬스장에 갔다. 헬스장에 다니며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도, 그것도 영어로 배운 적도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마냥 새롭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땀 흘리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건강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You are stronger than you thought.'

헬스장 instructor가 힘든 운동 동작의 지속을 독려하며 수강생을 향해 던진 한마디다. '넌 더 잘할 수 있어'의 영어식 표현이긴 한데 그땐 고단한 유학생 위로하는 말로 들려서 한동안 여러 모로 힘이 되더라. 역시 꿈보다 해몽인 건가. 이때의 기억이 좋아서인지 한 건물 건너 필라테스 스튜디오가 보이는 서울에서, 나는 여전히 필라테스 수업을 듣고 있다.



영양제 과잉의 시기

호주에는 영양제 브랜드가 굉장히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 퀄리티도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 관광객들이 필수로 구매하는 쇼핑리스트에 빠지지 않는다. 식습관도 바꾸고 운동에도 재미가 붙으니 이제 영양제에 관심이 가더라. 게다가 이 시기에 한번 호되게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어서 더더욱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고 나름대로 예방책을 찾은 것이 영양제 복용이었던 것 같다. 종합비타민, 눈에 좋다는 빌베리, 여자들한테 좋다는 달맞이꽃 종자유, 프로폴리스, 초록 홍합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이렇게까지 챙겨 먹지 않아도 충분했을 것 같지만, 그때의 나는 뭐라도 해야겠었나보다. 그래도 몸에 나쁠 건 없었을 테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뮤즐리도 아침식사로 즐겨먹었으나 영 정이 가지 않음


유학생활이 가져다준 좋은 습관 하나, 운동

이때부터였다. 운동이 좋아서 즐기게 되고 습관으로 들이게 된 것이 말이다. 외로운 유학생활 중 아프기 싫어서, 체력이 약해지고 살이 찌는 것이 싫어서 할 수 없이 헬스장에 등록을 하고 운동을 시작했던 그 시절의 나. 당시엔 운동이 웰빙의 목적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것이었음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러다가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중 하나가 되어버렸지만.


그래서일까? 지금도 헬스장에 가서 운동할 때면, 새로움에 낯설어하지 않고 도전하던 내 20대와 유학시절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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