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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Jun 04. 2023

서울 정동길 여행

서울 한복판에서 역사를 느끼다

괜찮은 전시회 없을까?



갑자기 허락된 여유로운 하루. 영화관에 가자니 끌리는 영화가 없고, 공연을 보자니 너무나 갑작스럽다. 고민할 새도 잠시, 오늘의 목적지를 정해버렸다.


무작정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보통은 어떤 전시회인지 알아보고 그 장소를 확인할 텐데, 일단 장소부터 정하고 본다. 그만큼 내가 서울에서 애정하는 몇 안 되는 보물 같은 장소가 있다.

바로 정동길이다.


정동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몇 개 있다. 서울에 몇 안 남은 고풍스러운 동네이자 인사동이나 삼청동처럼, 마구 복잡하지 않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잘 지킨 곳, 그리고 연인과 산책하기 좋은 동네라는 것이다. 나도 그 이미지에 모두 동의한다. 인파는 적은 편이 아니지만, 특유의 정돈된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둘러볼 수 있는 곳이라 더욱 마음 간다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정동길은 근대 서구 열강들의 영사관이 위치했던 곳으로 개화기에서 근대 초기에 아우르는 유서 깊은 건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정동교회와 이화여고, 예원학교 등종교, 교육기관도 위치해 있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겸비한 문화거리가 바로 정동길인 것이다.



강남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서울의 정취


'서울'하면 최첨단의 트렌디한 도시의 이미지가 강하다. K팝, K드라마 등 우리 문화가 글로벌하게 인정받고 있는 작금의 시대 분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전 세계적 히트를 치면서 외국인들도 서울의 대표적인 곳으로 강남을 꼽는다. 그러나 다이내믹한 서울 속에서 사뭇 다른 느낌을 간직한 정동길도 존재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또 다른 자부심을 느낀다.


시청역에서 내렸다. 정동길 초입에서 서울에서 가장 맛있다는 와플을 하나 사서 손에 들고 바로 조금 전까지 느끼던 서울 대로 한복판과는 확연히 다른 길 위에서 정취를 느꼈다. 때마침 수문장교대식이 있었는지 근사한 행렬이 정동길까지 이어졌다. 서울 고궁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풍경이다.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의상 덕분인지 지나가던 행인들도, 외국인들도 모두 시선 고정이다. 그제야 이곳이 600년 수도 서울이란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아쉽지만 덕수궁 산책까지 하긴 시간도 체력도 허락이 안될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해 본다.

나의 덕수궁 이야기는 '프롤로그: 덕수궁에서는 라떼를' 을 참고하시길.




커피 한잔도 느낌 있게


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곳 맛집들이 몇 있다. 그중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안에 위치한 카페 'La Green'을 찾았다. 입구에 보이는 한옥문부터가 이색적이다. 점심시간에는 가끔 첼로 바이올린 등이 등장하는 작은 연주회가 열리기도 하는 곳이다. 혹시나 기대했던 푸릇푸릇한 테라스석은 이미 만석이다. 역사 깊은 건물이 보이는 통창 가에 자리를 잡았다. 이 집 시그니처인 샌드위치가 먹고싶었지만 이미 배부르게 식사를 한 터라 커피만 주문했다. 조만간 꼭 샌드위치를 먹으러 다시 오겠노라 다짐을 하면서.



미술관도 거닐며


초여름의 푸르름을 입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꽤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를 보기 위해 밖에서 대기하는 관람객들의 수도 상당했다. 듣기로는 얼리버드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도 많고,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도슨트는 이미 마감되었다고 한다. 운 좋게 표를 구해 입장을 하고 사전정보 없이 왔기에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해서 작품을 관람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미술관 나들이지만 작품과 작가의 인생을 보는 시간이 신선한 경험이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아쉽지만 다음을 기대하며


전시회장을 나서니 어느덧 아이들 픽업시간이 다가온다. 그래도 서울 시내에 이런 나만의 '힐링 스폿'이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나, 멀리 갈 엄두도, 여유도 없을 때 그때 다시 정동길에 와야겠다. 삶이 여행이 되는 그런 순간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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