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쿠쌤 Oct 21. 2021

프롤로그: 덕수궁에서는 라떼를

그때 그 직장인의 '라떼는 말이야~'

덕수궁에서 '그때 그 직장인'을 만나다

덕수궁을 좋아한다.

빽빽한 도심 속 빌딩 숲과 대비되는 이색적인 공간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치열하며 열정 많았던 그때 그 직장인을 추억하며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쳤던 회사 근처 덕수궁. 햇살 좋은 날이면 마음 맞는 동료들과 점심시간 산책을 하기도 했다.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그곳에 다녀왔다. 덕수궁 밖 서울 풍경은 여전히 분주했다. 공사로 인해 다소 어수선한 정문 출입구가 아쉬웠지만 고궁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내뱉은 말 한마디.

여기 오길 참 잘했다.




덕수궁에서는 라떼를

사람의 기억이란 무척이나 오묘해서, 특정 장소나 사물을 마주하면 소용돌이치듯 디테일한 추억과 느낌이 되살아날 때가 있다. 나에게 있어 덕수궁은 그런 곳이다. 직장인 시절의 강렬한 추억 때문일까. 이곳에서유독 직장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정장 차림에 사원증 목걸이를 하며 삼삼오오 산책하는 모습들.


정문에서 가까운 곳에 카페가 하나 있었다. 식혜나 오미자차 등의 전통음료만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과는 달리 커피 메뉴가 다양했다. 고궁에서 즐기는 커피라니, 특별하지 않은가! 반가운 마음과 함께 아이스 라떼를 주문해서 산책을 나섰다. 고종황제가 바로 이곳 덕수궁 정관헌에서 가베(커피의 옛 이름)를 즐겨마셨다고 하니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덕수궁에서 마시는 커피라니



커피를 마시며 고궁 한 바퀴를 돌았다. 간간이 처마 너머로 보이는 서울의 빌딩들을 눈 담으며 내가 오늘 마주한 그때 그 직장인 이야기를 남편에게 담담히 쉴 새 없이(?) 풀어냈다.


라뗴는 말이야... 여기가 점심시간 산책 명소였어요.
내가 근무한 사무실이 어디냐면, 덕수궁 정문 기준으로 왼쪽 대각선으로 쭉...


업의 특성상 직장생활을 해보지 않은 남편은 신기하고 재밌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본다.

그리고 나에게 툭 뱉은 한마디.


참 재미나네요.
혼자 알기 아까운데, 그 직장인 이야기, 글로 한번 써봐요.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

나의 '그때 그 직장인'은 이렇게 소환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