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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로쿠쌤 May 24. 2021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가 궁금하세요?

S그룹 공채 신입사원 연수 기록

직장인으로 살았던 약 10년시간. 그 처음을 떠올려 본다. 첫 취업과 첫 사회생활.

그리고 그 시작을 알렸던 신입사원 연수.


내가 사회초년생 시절, 그러니까 10년도 훨씬 넘은 시절의 이야기이지만 강렬했던 그 시간을 한 번 반추해 볼까?




대기업 신입사원 연수, 어떻게 구성되나?


내가 처음 입사한 국내 굴지의 S그룹. 그 명성답게 신입사원 연수도 강도 높기로 유명했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약 한 달간의 그룹 연수와 수개월에 걸친 계열사 연수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북한보다 잘한다는 매스게임으로 유명한 '하계수련대회'에도 참가했었다.


약 1년간은 연수에 연수를 거듭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업은 신입사원 교육에 공을 들였다. 회사 차원에서도 엄청난 투자라고 볼 수 있는데, 신입사원이 2년 이상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면 회사의 손해라는 이야기가 들었고, 퇴사한 신입사원을 둔 팀장은 인사고과에서 안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소문까지 있었다.

물론 내가 딱 '그 문제의 신입사원 케이스'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상술하겠다)


여기서 중요한 점 한 가지!

연수 기간에도 월급은 정상적으로 나왔다.




그룹 연수, SVP와 동기애


그룹 연수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인으로 첫발을 내딛는 신입사원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에 속한 열정 넘치는 신입사원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때는 몰랐다. 각 계열사로 흩어진 후에는 다른 계열사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것을.


10~15명씩 조를 나누고 최소 1달간 거의 24시간을 공유하는 아주 특별한 시간. 그래서인지 끈끈한 동기애가 연수 후까지 이어진다. 남녀가 같은 공간에 함께 있다 보니 커플이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동기끼리 사귀거나 동기와 지도 선배 사이에서도 수상한 기류가 있었던 기억도 있다. 아쉽게도(?) 내가 속한 조의 남자 동기들은 그 당시 대부분 애인이 있어서 난 용감한 솔로의 이미지를 한참 동안이나 유지했다. 날 딱하게 여겼던 한 동기가 소개팅을 주선해주기도. 참고로 계열사 내에서 소개팅을 참 많이도 한다. 같은 그룹사에 다니는 사람들만의 자기 검열 혹은 특권의식과 같은 그들만의 리그가 작용했던 느낌이다.


그룹 연수 후 몇 년 간은 동기들 모임에 참 열심히도 참여했다. 강남 한복판에 모여 그룹 연수 때 외쳤던 구호를 크게 외치고(부끄럽다) 도심 속 레지던스 호텔을 빌려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파티를 하기도 했다. 결혼하는 동기가 있으면 다 같이 우르르 몰려가 축하해주고 우리끼리 뒤풀이를 하는 것이 나의 신입사원 시절 주말의 풍경이었다. 내가 낸 축의금.. 어쩔..



아무튼 이 그룹 연수를 SVP (Samsung Shared Value Program)라 불렀고, 난 전주에 위치한 연수원에서 근 한 달을 지내게 되었다. 새벽 기상송에 일어나 운동장에서 아침체조를 시작으로, 하루 온종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는 독특한 기간. 말 그대로 눈뜨는 시간부터 잠드는 시간까지 꽉 짜인 일정이었다.


그룹의 핵심가치에 대해 공유하고, 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듣는 강의는 물론 산행, 팀별 대항 퀴즈, 연극, 심지어 물건을 팔아보는 LAMAD라고 불리던 물건을 팔아보는 프로그램까지. 난 디지털카메라를 파는 미션이 주어졌는데, 전주 시내를 구석구석 다니며 영업활동을 하기도 했다. 결과는 뭐... 다른 동기들 파는데 열심히 따라다닌 것에 의의를 둔다. 그룹 연수 막바지에는 다 같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에버랜드에 가서 자유시간을 즐겼다. 교복 입고 다니는 중학생이 된 마냥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타며 왁자지껄. 지금 상상하니 웃기기도 귀엽기도 한 신입사원들이다.


중간에 집으로 갈 수 있는 '외출'의 기회는 1박 2일이 채 되지 않았다. 아직은 태가 나지 않는 어설픈 정장 차림에 회사 로고가 박힌 커다란 가방과 보도블록을 요동치게 하는 캐리어를 끌고 집결했던 사당역. 당연한 듯 지나간 시절의 하루가 참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룹 연수 기간에는 '지도 선배'라 불리는 입사 3년 차 선배가 각 팀을 지도하며 관리하고 평가를 맡게 되어 있다. 아직 학생 신분에 더 익숙한 나와 동기들은 마치 선생님을 따르듯 성실하게 지도받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성실한 친구들을 회사에서 뽑아 데려다 놔서 그런 게 아닐까란 합리적 의심도 든다.


매일 밤 숙소에 돌아오면 일기 형식의 수련기에 글을 쓰고 지도선배에게 확인을 받으며 정리하는 시간도 있었다. 마치 숙제를 제출하듯 빼곡히 적은 수련 기록이 매우 인상적이다.


책장 한편에서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사진으로 찰칵




제한된 공간에서 합숙을 하고 교육을 받으며 지내니 생각이 무척 단순해졌다. 남자 동기들 말로는 군대보다 더 빡빡한 스케줄이라 말하기도 했다. 규칙적인 생활과 교육 그리고 삼시세끼 꼬박 꼬박이지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시간이었다. 힘들고 벗어나 고팠던 그룹 연수인데, 묘하게도 지나고 나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의 합이 되었다.


그나저나, 그때 그 동기분들, 지도선배님 지금 어디서 무얼 하시나요?

그룹 연수 지도선배의 마지막 편지




강렬했던 하계수(하계수련대회)의 기억

매년 6월 하계수라 불리는 하계수련대회가 열렸다. 신입사원들의 축제 같은 통과의례라고 볼 수 있다.

내가 입사한 시기에도 약 6천 명의 계열사 전 신입사원들이 한 곳에 모였다.

 

하계수련대회 (출처: 한국경제신문)


축하공연을 위해 당대 유명가수들이 초대되었는데, 지금도 최고 스타인 가수 이효리 씨가 왔었다. 무엇보다도 북한보다 잘한다는 카드섹션이 정말 장관이었다. 아쉽게도 나는 내 무대를 준비하느라 제대로 보질 못했다.


맞다. 내 무대...

나도 무대에서 공연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같은 계열사 동기들과 음악에 맞춰 아크로바틱 퍼포먼스를 구현했는데, 이 무대를 위해서 수개월 동안 계열사 연수원에 갇혀서(?) 밥만 먹고 운동하고 훈련을 했더랬다. 내가 대졸 공채가 맞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운동하고 훈련만 했던, 도대체 현업 배치는 언제 되는 거야 라며 한탄했던 인고의 시간. 동기들이 전부 무대에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선택된 몇 명만 무대공연을 하는데, 전문 무용수들이 같이 합숙하며 지도하기도 했다. 이게 뭐라고... 결국 3등을 했는데, 하계수련대회에 참석한 임원들이 속한 계열사에게 돌아가며 상을 준다는 믿거나 말거나 후문도.


그래도 언제 이렇게 해보겠냐 하는 마음으로 매 순간을 참 열심히 임했던 것 같은 신입사원 연수 시절의 나.


참, 카드섹션이 궁금한 분들은 유튜브에 영상이 있으니 찾아보시길.


* 알아보니 명성 자자했던 하계수련대회가 2016년 폐지되었다고 한다. 그룹 차원에서 기수 문화를 없애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있다.




계열사 연수, 현업을 위한 본격 트레이닝


그룹 연수 후, 곧바로 현업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각 계열사 연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연수 기간은 각 계열사마다 다르지만, 내 경우에는 3개월 이상의 시간을 트레이닝으로 더 보낸 후 부서 배치가 결정 났다. 계열사 연수에는 각 계열사만의 업 소개와 이해를 더 높이기 위한 실제적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는데, 내가 다닌 계열사의 경우 현장을 중시해서 각 지소/지점에 파견되어 보고서를 쓰는 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계열사 연수를 마치면 드. 디. 어 현업 배치가 이뤄지는데, 현업 배치가 된 후에도 신입사원에 대한 교육은 꾸준히 이어졌다. 직무에 대한 교육도 있지만 이런 교육을 통해 신입사원에게 회사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고취시키는 목적도 있었으리라.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일들을 신입사원연수를 통해 겪었다. 그리고 지금은 담담히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의 흥미로운 소재가 되었다. 글을 쓰며 마주한 신입사원 연수기간의 나.

바라는 바는 아무쪼록 모든 신입사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길, 그리고 각자의 길을 잘 찾아나가길 선배 된 마음으로 응원해 본다.


신입사원 연수시절,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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