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쓰다
"나홀로 족의 진화... '혼밥' 넘어 '혼공'까지" 지난 5일 YTN 뉴스 한 꼭지의 헤드라인이다. 혼자 밥을 먹는 '혼밥'과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에 이어 혼자 공연을 보는 '혼공'족 까지 등장하는 등, 나홀로 문화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뉴스였다. 확실히 혼자 무언가를 하는 일이 대세이긴 한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혼O'이 등장한다. 혼밥, 혼술, 혼공, 혼영 등등 갖다붙이면 다 된다. 집단주의 문화의 극치였던 대한민국이 드디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글쎄, 나는 이런 단어들의 유행이 오히려 이 나라가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한 곳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YTN 뉴스에서 앵커는 "당당하게 나홀로 공연을 보는 '혼공족'까지 등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혼자 공연을 보는 일에 '당당하게'같은 수식어를 붙인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가 내면화되어 있는 사회라면, 애초에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게 주목할 만한 현상이 되고 이를 지칭하는 단어가 만들어질 일이 없다. 혼자 밥을 먹는다고 했을 때 '밥을 먹는다'는 행위가 아닌 '혼자'라는 상태에 방점을 찍는 대한민국이기에 생기는 일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이상한 일이다. 주체적인 개인이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 보고, 공연 보는 일을 혼자 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일까? 한국 사회에 팽배한 집단주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혼자'라는 것에 대한 기이하고 막연한 공포감을 심어놓았다. 집단에 - 그중에서도 웬만하면 주류 집단에 - 속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 것만 같은 공포감. 이 공포감을 이겨내기 위해 자꾸만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게 된다. 남들처럼, 남부럽지 않게, 남들 보란듯이, 살아야 하니까. 그렇게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인 집단이 거꾸로 개인의 행복의 잣대가' 되어버린다.
사실 집단주의, 가족주의가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외롭고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혼자 밥을 먹었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혼밥족'이라는 새로운 족속에 속하게 되는 사회이니 말이다. 하지만 독립적인 개인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회는 결코 건강하다고 말할 수 없다. 남을 의식하다보니 자꾸 선을 넘는 오지랖을 부리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경쟁에 시달린다. 그러니까 개인주의는 결국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다. 남들에게서 요구하지도 않은 조언을 듣는 것이 좋고, 남들을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이자 삶의 낙이라면 내가 어찌할 방도는 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남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살아가고 싶다면, 우리 모두 개인주의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