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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성 Apr 25. 2024

아빠도 처음, 아이도 처음.

아이 둘 키우기 솔직히 쉽지 않다. 물려받은 재산도 앞으로 물려받을 재산도 없어서 그저 밥벌이 열심히 해서 한 달, 일 년 살아야 하고 때때로 외식도 하고 여행도 가야 한다. 사회적 이슈에서 이제 범국가적 차원의 위기로 떠오른 ‘저출산’에 해당되는 가정은 아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이 왜 많아지는지에 대해서는 백 퍼센트, 이백퍼센트 이해한다. 절대 나무랄 수 없는 이유와 사정들을 매우 깊고 디테일하게 공감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두 아이의 아빠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보다 당장은 어깨의 무거움이 더 크다. 그러나 짊어지고 있는 짐은 함부로 내려놓는 게 아니라고 누군가 그랬다. 그 이야기를 격하게 체험하는 중이다.


결혼도 늦고 아이도 늦게 갖거나 갖지 않는 요즘에 비하면 결혼도 빨리하고 아이도 빨리 낳은 편에 속한다. 나도 그렇고 아내도 그렇다.

그래서 아직 결혼하지 않은 채 부러운(?) 싱글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주변 친구들이 더러 있다. 그런 이유로 술자리에 모이면 뻔한 질문들을 한다.

결혼하면 뭐가 좋으냐. 
사랑해서 결혼했냐. 
결혼하면 아이는 꼭 나아야 하냐. 
아이가 있으면 뭐가 좋냐. 


하는 뻔하디 뻔한 질문과 뻔하디 뻔한 답변들을 주고받는다. 술 깨면 어차피 기억도 못할 이야기들이고 귀담아듣지도 않을 대답이지만 그런 줄 알면서도 또 술기운에 성심성의껏 질의에 응답을 하곤 한다.   

 

결혼이든 출산이든 모두 자신의 선택이지만 일단 결실을 맺으면 두 가지 모두 큰 책임이 따른다. 특히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책임감과 더불어 우리가 가진 많은 것의 희생을 요구한다. 내 시간, 내 돈, 내 체력, 내 정신력 등등 나의 많은 것을 인풋으로 투입할 때 거기에 따른 아웃풋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육아는 인풋대비 아웃풋이 수학적으로 비례하거나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린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하며 생각보다 자주 화가 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포함해서 스트레스에 취약한 성향을 가진 부모들은 이런 이유들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후회하거나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이따금씩 아이들은 이유 없이 엄마, 아빠를 보고 웃는다. 영혼이 소진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낸 후 정신적으로 더 이상 여유가 없어 한계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 무렵 아이는 갑자기 “엄마마, 아빠빠”라고 입을 뗀다. 그렇게 되면 여지없이 그동안 분노했었던 동력을 잃는다. 그리고 또다시 우리는 처음인 것처럼 또 나의 일부를 갈아 넣는다.     


육아라는 행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내가 생각하는 육아를 비유하자면 이런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힘이 드는 정도를 수치로 표현했을 때 100 정도라고 한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힘이 나는 정도는 100을 조금 넘는 101?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100에 다다르는 임계점을 느껴본 적이 있던가? 그야말로 한계치다.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반면에, 희열은 결국, 고작 1만큼의 차이. 나의 영혼을 갈아 넣었는데 힘겨움과 희열의 차이가 고작 1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뭐가 잘못된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1 차이를 기준으로 육아를 바라볼 것인지. 한계치를 넘어선 101로 비유되는 순간을 가지고 생각해 볼지는 다시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단언컨대,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지금까지 느껴본 행복 중에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한계치를 넘었다고 하는 순간은 없었다. 그리고 있었다 할지언정 지금과 같이 주기적이거나 지속적으로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지는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육아는 분명히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      


나의 육아는 아직까지 이 시점에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위에서부터 신나게 써내려온 글이 헛다리를 짚었나 싶을 정도로 퇴근 후 매일매일 이른바 ‘현타’가 오기 십상이다. 그러나 나도 아빠가 처음인 것처럼 아이도 이번생에 아들, 딸로 태어난 게 처음이다. 초보자들끼리는 그만큼 통하는 게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냥 웃어넘길 일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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