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쩌라고
내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순간이라면 그때는 의사가 더 잘 알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내 몸의 주인은 나라며 우겨서는 안 된다... 하지만 보통은 본인만큼 스스로의 몸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내가 아는 신체가 곧 내 몸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말해보자면 내 몸은, 아름답지는 않다. 허벅지의 튼살, 무릎의 상처, 군살이 붙은 둥근 라인들- 옷에 가려진 곳들 말고 큰 실루엣만 봐도 야리야리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몸으로 살고 있다. 학창 시절엔 몸매가 아름답고 멋진 연예인들을 보며 난 왜 완벽한 미적 기준을 맞추지 못할까, 몸뚱이를 탓했다. 그런데 몸에 무리가 갈 만큼 굶어가며 다이어트도 해보니 특히 외모는 애초에 타인과의 비교가 별 의미 없음을 깨달았다. 마음에 들든 말든 이게 내 몸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운동하고 노력해서 최대한 건강하게 가꿀 뿐이라고 매번 다짐한다.
이처럼 건전한 생각을 한다고 해도 몸이 노출되는 곳에선 새삼 나의 오랜 약점이 부끄럽기 마련이다. 물 공포증을 겨우 넘어 수영을 처음 배울 때도 몸을 타인에게 많이, 오래 노출해야 한다는 점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강습 첫날엔 눈에 가장 안 띄며 가장 천이 많아보이는 검은색 수영복을 입고 갔다. 그럼에도 옷을 벗는 탈의실과 샤워장에서는 누가 볼세라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그 시절 나는 수영이 아니라 축지법을 배우러 온 사람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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