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수많은 면접 후기, 이직 이야기, 세컨드 잡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슬슬 내가 부산 출신인지, 서울 사람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울 생활을 하고 첫 직장 입사 후 직장 생활만 11년째 하고 있으니, 이제 두 공간에서 살아온 햇수 자체가 비슷하니까. 아직은 다행히도 어느 자리를 가건 질문에는 부산 사람이라고, '서울 유학파'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가끔 연배 차이가 조금 나는 형 누나들을 만나 자리를 가지면, 그분들이 하던 고민과 푸념들이 이해가 가지 않거나 한심하게 보일 때도 참 많았었는데, 비슷한 길을 걸어오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의 하찮은 고민과 푸념, 그리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누군가에는 케이스 스터디처럼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남들처럼 대단한 지원 없이 혹은 남들보다 편하게 인지 알 수는 없지만 다들 그랬듯이 홀로 상경해 대학생활을 하고 남들 다 가는 군대 생활을 하고, 남들 다 선호했던 대기업 취업기로 시작해서 이직 이야기 그리고 세컨드 잡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까지 해보려 한다.
10년이 지나도록 열어보지 않았던 폴더가 하나 있었다. 바로 '자소서'라는 폴더. 폴더를 열어보니 제목도 제각각 정리도 엉망인 파일들이 어떤 건 한글, 어떤 건 워드로 저장이 되어 있다. 낯이 익어 면접들이 생각나는 회사명도 보이고, 어떤 회사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회사명도 보인다.
지금 커피 한잔 마시며 앉아 생각해보면 그때 25살의 나는 무엇이 그렇게 마음이 급했는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는 대기업 신입사원 공고에는 회사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무작정 지원 후 회사에 대해 디깅 하기 시작했었다. 그런 식으로 뽑아낸 자소서들에는 당연지사 힘이 없었으리라 생각되지만, 기억에 반타작이었던 것 같다. 대략 40군데 이상은 지원했다는 이야기다.
몇 년 전 방송에서 자주 나오던 근자감이란 단어. 그게 바로 그때의 나였다. 나는 내 실력의 모자람을 자신감으로 채우려고 애쓰고 그게 당연하다 합리화시키는 과정을 반복했다. 남들 면접 스터디할 때 놀고 싶은 한심한 생각에 그 흔한 면접 스터디 없이 채용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때의 한심한 합리화 마인드는 '아무것도 모르는 지원자들끼리 모여서 공부하면 무엇하나', '그래 면접 실력도 보다 보면 늘겠지' 같은 생각들이었는데 다행히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합리화했던 생각처럼 수많은 곳에 원서를 넣고 면접을 보면서 서서히 면접에 대한 이해도와 자신감이 붙어갔다. 그런데 다시 열었던 폴더로 가서 몇 개의 파일들을 열어보니 마치 한 회사의 것들처럼 다들 질문이 비슷하다.
각사의 인사담당자들은 수많은 지원자들의 지원동기, 자기소개, 성격의 장단점, 입사 후 포부를 읽고 어떤 판단의 과정을 거쳐 면접 혹은 인적성 검사를 볼 대상을 추려내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면접장에 들어간 이상 그 내용이 중요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지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과 논리 구조를 테스트하는 것이 면접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면접에 임할 때 포커스를 맞췄다. 그 포커스가 맞지 않는 곳은 탈락했을 것이고 잘 맞아떨어진 곳은 합격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 외적으로도 같은 조에 합류한 경쟁자라던지 셀 수 없는 수많은 환경적인 요소들이 있지만.
그렇게 서류, 인적성 합격 이후에 보게 된 면접들 중에 유난히 기억에 남는 면접들이 있다. 몇몇 면접 스토리를 시작으로 많은 분들에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고 케이스 스터디처럼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hell_o_m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