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 펜션의 하루

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 주인이 되었습니다.

by 소담

션에서는 아침이 일찍 시작된다. 아침식사를 주는 펜션은 아침부터 바쁘다. 숲 속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흐뭇하게 눈을 뜨고 감상에 잠기는 것도 잠시, 벌떡 일어나 대충 씻고, 강아지 밥을 주고, 카페로 내려가서 불을 켜고 환기부터 시작한다.


커피머신의 전원을 켜고 커피빈과 물을 부어 넣고 달걀을 삶는다. 달걀이 삶아지는 동안 커피를 내리고 빵과 과일을 냉장고에서 꺼내놓는다. 미리 끓여놓은 토마토채소수프도 잊지 않고 꺼낸다.

이쯤에서 한숨 돌리며 내려놓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창밖을 바라본다. 녹음이 짙은 숲이 보이고 뭔가 지나갔는지 개가 짖는다.


달걀을 삶으며 돌려놓은 타이머가 시끄럽게 울리며 정신이 든다. 남은 커피를 입안에 털어 넣으며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타이머를 끄고 달걀을 불위에서 내려 찬물 샤워를 시켜준다. 테이블을 닦고, 트레이들을 꺼내고 빵바스켓과 그릇들을 세팅한다. 포크와 스푼, 버터와 쨈, 우유와 주스, 수프를 담을 컵까지 세팅 후 수프냄비를 불에 올린다. 아침에 듣기 좋은 음악까지 틀면 아침준비 끝이다.


커피를 한 잔 더 내리고 의자에 앉는다. 시간을 보니 아침시간까지는 여유가 있다. 컴퓨터를 켜고 오늘 예약자를 체크한다.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뉴스 검색을 하며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문에 달린 종이 딸랑 울린다. 아침 시작이다.


"편안히 주무셨어요?, 일찍 일어나셨네요."

기분 좋게 인사를 주고받고 자리로 안내한다. "커피나 주스, 우유 중에 어떤 것으로 준비해 드릴까요?" 음료 주문을 받고 식빵과 베이글을 토스트기에 넣고 인원수에 맞게 모닝롤을 바구니에 담고 전자레인지에 집어넣는다. 빵이 데워지는 동안 수프를 컵에 따르고 음료를 준비한다. 계란과 과일까지 담고 나면 트레이를 손님 테이블로 옮긴다.


"맛있게 드세요. 더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시고요." 한 팀 준비를 하다보면 다른 팀들도 카페로 들어선다. 마찬가지로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고 준비를 해서 차례차례 가져다주면 어느덧 카페는 가득 찬다.


빵이 구워지는 냄새와 커피 향기가 음악과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와 어우러져 몽글몽글하고 따스한 기분을 만들어 준다.


한 팀, 또 한 팀 식사를 마치고 자리가 비워진다. 테이블은 바로바로 치워야 한다. 손님들이 아침산책을 마치고 카페로 놀러 올 테니까. 모든 손님이 나가고 나면 수프를 한 잔 마시던가 베이글을 하나 구워 버터와 딸기잼을 바르고 반쪽씩 나눠먹고 아침을 때운다.




아침설거지가 끝나고 잠시 있다 보면 체크아웃하는 손님, 픽업받아 왔던 손님들과 인사를 하고 데려다주느라 번잡해진다. 일찍 나간 방은 먼저 청소를 하러 들어간다. 청소도구를 챙기고 들어가 환기부터 하고 쓰레기를 치우고 침대시트와 이불커버, 베개커버를 벗긴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침구와 집기들을 제자리에 세팅하고 나면 청소가 끝난다.


수건과 벗긴 침구를 가지고 나가 세탁기에 넣고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모든 방 청소가 끝이 나면 세탁기가 다 돌아가 있다. 세탁기 두 대에서 수건과 침구를 꺼내고 또 나온 세탁물을 집어넣어 돌리고 이제는 빨래를 널러 간다. 살림집에 다락을 넓고 높게 뽑아놔서 빨래 널기가 좋았다. 난간에 빨래를 줄줄이 널어놓고 내려와서 한숨 돌리고 점심을 후다닥 차려 먹는다.




대부분 점심을 먹기가 무섭게 손님이 또 들이닥친다. 카페에서 웰컴드링크를 한 잔씩 주면서 아침식사 시간을 알려주고 저녁 바비큐 시간을 체크하고 수영장이나 카페, 놀이방 사용법을 설명하고 객실로 안내를 한다. 그러고 나면 픽업 갔다 들어온 남편에게 나머지는 맡기고 커피 한 잔을 내려 집으로 올라가 잠시 쉰다.


잠시 쉬다 보면 바비큐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저녁을 간단히 먹고 바비큐메뉴를 신청한 팀을 확인하고 준비를 시작한다. 부추무침이며 브로콜리, 된장찌개와 계란말이, 부침개 등을 준비해서 세팅을 하다 보면 바비큐시간이다. 고추장아찌는 우리 펜션 바비큐메뉴의 숨은 공신이다. 친정엄마께서 알려주신 레시피로 항아리 가득 담아놓고 고추는 반찬으로 나가고 장아찌 국물은 양파와 청양고추를 썰어 넣어 고기소스로 내보낸다. 그러고보면 고추장아찌를 먹고 싶어서 다시 왔다는 손님도 있었다. 와인에 재운 돼지고기 목살은 그릴로 초벌을 해서 손님 바비큐데크로 가져다준다. 테이블에 세팅을 하고 손님을 부른다. 테이블에 있는 그릴에 직화 해서 먹는 법을 설명해 주고 카페로 돌아온다.


바비큐가 끝나면 이제 하루가 거의 끝나간다. 바비큐메뉴를 먹었던 손님들은 다 먹고 트레이를 카페로 가지고 온다. 바비큐 설거지가 끝나면 끝이다. 손님들은 카페로 들어와 차를 마시기도 하고 만화책이나 DVD, 보드게임을 골라서 객실로 돌아가기도 한다. 커플들은 수영장에 발을 담그고 맥주를 마시며 로맨틱한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가끔 맛있는 안주와 술을 가지고 카페로 와서 우리에게 권하는 손님도 있다.

하루 중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불을 끄고 집으로 올라와서 하루를 마감한다.


물론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이렇게 하루를 다 보내지는 않았다. 직접 모든 것을 하다가 과부하가 걸려 결국 사람을 고용해서 청소와 빨래, 설거지는 맡겼다.


펜션에서의 하루는 이렇게 흘러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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