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 주인이 되었습니다.
산골짜기 펜션에서 날마다 준비하던, 한동안 물려서 안 먹던 바비큐가 생각이 났다.
세월이 약이라고 그곳에서 나온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나서 그런 걸까? 처음에는 할 줄 아는 것이 몇 개 없어 바비큐메뉴에 나가는 반찬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곤 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매일같이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매일 먹다가 장수하겠다며 농담을 했었다. 손님들이 어느 펜션에서도 못 먹어봤을 정성스러운 바비큐 상차림을 해주고 싶은 욕심에 늘어가는 요리실력과 비례해서 반찬개수는 늘어갔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날이면 날마다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다. 이제는 눈감고도 만드는 바비큐 반찬은 어느 순간 우리 식탁에서 사라졌었다. 손님들에게는 국산 참숯을 사용해 초벌에 재벌까지 해주면서 정작 우리는 실내에서 테팔 전기그릴에 구워 먹곤 했다. 아마도 물린 것도 있지만 숯불로 구우면 남편 혼자 밖에서 또 땀 흘리며 구울 생각에 편하게 실내에서 앉아서 구워 먹자고 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그러고 보니 실내에서도 남편이 굽긴 했다..)
바비큐그릴에는 돼지고기 목살(바비큐는 삼겹이 아니라 목살이 진리다!), 닭갈비, 통닭(비어캔치킨이라고 한때 유행했었다)도 맛있다. 삼겹살을 숯에 구워 먹으려면 통삼겹을 사 와서 허브 등 향신료와 소금, 후추를 뿌려서 포일에 감싸 긴 시간을 훈제한 후 직화로 살짝 구운 후 썰어서 먹으면 치아로 씹기도 전에 으스러질 정도로 부드럽게 입에서 녹아버린다.(쓰다 보니 정말 먹고 싶다!)
바비큐메뉴로 나가던 목살도 맛있다. 와인과 허브로 마리네이드 한 목살을 웨버그릴에 훈제해서 손님 테이블에서 살짝 직화로 구워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해서 나갔다. 고기와 함께 구워 먹을 양파, 버섯, 소시지, 단호박, 여름에 쪄서 냉동고에 얼려놓았던 옥수수, 고구마나 감자도 함께 나갔다.
물려서 안 먹던 반찬도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먹고 있다. 부추무침에 고추장아찌, 계란말이, 브로콜리, 멸치볶음, 그때그때 달라지는 전종류, 또 뭐였더라, 아 찌개나 국종류다. 제철 식재료도 나갔었다. 톳나물, 냉이, 취나물, 쑥, 두릅 등 제철에 뒷산(이라기엔 이름 있는 멀쩡한 산이다!)에서 캐오거나 누군가에게서 받거나 사거나 하면 그날은 바비큐 반찬이 좀 더 푸짐해졌다. 아참, 텃밭에서 딴 유기농 쌈야채도 함께 나갔다. 이렇게 한상 가득 객실에 딸린 바비큐데크 테이블에 차리고 그릴에 숯을 넣고 문을 두드리며 "식사하세요"라고 말하면 문을 열고 나와서 대부분 "우와"라고 하던가 열심히 사진부터 찍든가 그랬던 것 같다.
바비큐 먹고 싶어 또 왔다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집에 가서 고추장아찌가 계속 생각났다는 손님들이 많았다. 친정엄마가 알려주신 레시피로 만들었던 고추장아찌는 여러모로 효자반찬이었다. 넘치게 남는 고추장아찌 국물을 버리기 아까워 양파와 청양고추를 채 썰어 넣고 고기소스로 활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너무 찰떡이라 국물까지 남김없이 싹 다 사용했었다.
3화에서 말했던 잘생긴 배우총각(?)도 여자친구가 고기를 안 먹는다고 바비큐를 주문 못했다고 하며 고추장아찌만 좀 얻을 수 있는지 물었었다. 하필이면 고추장아찌가 똑 떨어졌을 때라 못 줘서 아쉬워했던 게 기억난다.
반찬들은 얼마든지 만들어 먹을 수 있지만, 그때 먹었던 고기맛은 똑같이 구현되지 않는다. 아무리 오븐이니 에어프라이어에 똑같이 만들어보려 해도 그때의 공기, 숯불향(+웨버그릴?)이 빠져서인지 그 맛은 나지 않아 매우 아쉽다. 마치 그곳에서 하루 종일 마시던 커피를 같은 머신과 같은 원두로 뽑아도 그 맛이 안나는 것처럼 말이다.
바비큐를 먹고 싶단 생각을 하며 나도 모르게 고추장아찌를 또 담궈버렸다. 어쩔 수 없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딘가의 공간에서 우리처럼 고기를 훈제해 주기를 바라본다.
지금은, 아쉬운 대로 테팔그릴에 구워 고추장아찌 소스에 찍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