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손님

서른넷에 산골짜기 펜션주인이 되었습니다.

by 소담

좀 이상한 손님이었다.


어린 딸과 아내를 데리고 왔던 나이가 좀 있는 남자 손님이었다. 늘 활짝 웃고 있는 남자는 올 때마다 딸과 아내는 카페에 데려다 놓고 혼자 객실에 가서 한참을 있다 오곤 했었다. 처음에는 그냥 아내가 차를 마시고 있으니까 그런가 보다 생각했지만 올 때마다 같은 패턴에 호기심이 생겼었다. 조금씩 친해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사람도 있구나 싶었다.




남자의 딸은 애기 때부터 아토피로 고생을 많이 했고 아내는 만성 비염이라고 했다. 그는 아내와 딸이 나갔다 올 때마다 도착 두 시간 전에 집에 먼저 와서 티끌 하나 없이 청소를 하곤 했었다.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말이다. 펜션에서 아내와 딸을 카페에 데려다 놓고 객실로 혼자 가서 한참 있다 온 이유도 객실 점검을 하고 짐을 풀어놓고 가족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온듯했다. 그는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 위해 대우가 더 좋은 곳을 마다하고 출퇴근이 비교적 자유로운 직장에서 일을 했다.


그렇게 가족사랑이 남다른 그는 동네에서 모임이 있거나 아이 학교에서 부모가 갈 일(학부모총회, 상담 등)이 있을 때면 본인이 다녔다. 그것도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서 동네에서도, 아이 학교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아이 친구 엄마들끼리 아이랑 모일 일이 있을 때도 운전기사를 자처하며 같이 동행을 했다. 아이친구 엄마들이 불편해하지 않았냐고? 칼 같은 예의에 유머러스한 그는 가는 자리마다 환영을 받았고, 어디에서든 오히려 빠지면 섭섭해하는 구성원이 되었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기둥에도 절한다는 옛말처럼 그도 처갓집 일도 나서서 모든 일을 해결하곤 했다. 결혼할 때는 못 미더워하던 장모도 그런 그를 겪다 보니 아들처럼 예뻐하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6-7개월 정도에 침독이 생겼는데, 침독에 좋다는 연고, 아기크림을 죄다 서치 해서 사서 발라줬는데도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중 마침 그 가족이 왔길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봤더니 바로 크림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사서 발라주었는데 보기에도 아파보이던 침독이 거짓말처럼 나은 일도 있었다. 한때 아토피로 피 말리는 고생을 했었고, 꼼꼼하기까지 한 그들에게는 그로 인한 데이터가 산같이 쌓여 있었다. 물어볼 곳 하나 없이 산골짜기에서 아이를 키우던 우리에게는 정말 가뭄에 단비 같은 가족이었다.




늘 부지런한 남자를 보며 언젠가 정말 대단하다고 어떻게 그렇게 하셨냐고 하자 딸 바보에 아내 바보인 남자는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며 허허 웃었다. 여덟 살에 처음 보았던 그의 딸이 사춘기가 왔을 때 늘 웃던 그가 속상해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 아빠 껌딱지였던 딸이, 사춘기가 오고 나서 아빠를 슬슬 피하고 안아주지도 않는다고 슬퍼했다. 하지만, 짧았던 사춘기가 지나자 다시 아빠랑 사이좋은 딸과 더 활짝 웃는 그를 볼 수 있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를 보며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나의 편안함을 기꺼이 내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오늘 나는 누군가를 지독하게 사랑하고 있을까?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