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하게 가는 여정
대한항공이 국적기라는 이유 외에도 2024년 1월의 하노이행 항공편은 결코 저렴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호구가 되고 싶지 않아, 베트남 여행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 매일매일 체크를 했다. 하지만, 그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를 의견이 많았고 안도감을 얻어서야 구매를 결정했다. 그러고 나니,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바로 좌석.
구매한 후 몇 주 뒤에 알아차렸던 사실. 미리 좌석을 선택해 놓지 않았다. 아, 이 여정에서 제일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후회를 잘하지 않는 편인데, 후회했다. 항공편을 구매하면 대개 미리 좌석을 결정할 수 있는데, 국적기였고 나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있었지만 항공편을 처음 구매하는 것도 아닌 내가 좌석 선택을 놓쳤다. 아뿔싸. 소위 럭셔리한 고급진 여행에 취미가 없던 나는 저가항공에 익숙해져 좌석을 선택하는 습관이 없던 것이다.
이 스텝을 시작으로 62년생과 함께하는 여정은 하나씩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빠른 입국심사를 위해 수하물을 최대한 부치지 않는 방식으로 여행하던 내가 알게 된 여러 가지 사실이 있었다. 예를 들면, 베트남 하노이에 입국할 때는 패스트트랙 (Fasttrack)이라는 제도 아니, 정확히는 유료 서비스가 있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베트남 입국에 필요한 과정을 전담 에이전트에서 관리해 빠르게 수속을 밟아주는 그런 과정이라고 했다. 특히 효도관광을 목표로 하고 있는 분들은 필수로 예약하시는 것 같았다. 대략 금액은 내 기준에 하노이에서 적당한 숙소에서 1박을 할 수 있는 만큼의 비용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여행 메이트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의사를 물어봤다.
"패스트 트랙이란 게 있다더라. 돈을 주고 빠르게 나갈 수 있는 거래. 이 서비스 돈 주고 나가는 게 편할까? 입국심사가 오래 걸린다고 하긴 하더라."
"비싸지만 않으면 신청하지 뭐 그럼."
"우리 항공편의 좌석은 비록 뒤쪽이긴 하지만, 그래도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려서 입국 심사가 항상 느린 건 아니래.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다른 것 같아. "
"너의 생각은 어떤데?"
"후기를 좀 찾아봤는데 최근 입국한 사람들이 입국할 때 많이 불편해하진 않은 것 같아. 차라리 이 비용으로 더 맛있는 걸 사 먹는 게 난 더 효율적일 것 같은데 어때?"
"그래. 그렇게 하자."
내가 여행메이트에게 여정이 지나서 항상 느꼈던 후(後) 고마움은 바로 이런 순간이다. (후 고마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상하게 그 순간에 그 감정이 떠오르진 않았다)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따라준다는 점. 오히려 내 나이 또래와 함께 한다면, 각자의 주장과 의견으로 대립할 때도 있는데, 나를 여행 선배로 이해해 주고 존중해 준다. 함께 낯선 환경에서 있을 때, 서로 등 돌리지 않고 같은 길로 걸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