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치듯 빠르게 안녕
가족을 떠올렸을 때, 떠오르는 머릿수 자체가 많은 집에선 나와 여행 메이트와의 여정은 큰 화두였다. 잘 다녀오라며 마사지를 받거나, 식사 1끼 값의 용돈을 보내오기도 했고, 행선지와 관련된 정보가 보이면 카카오톡으로 링크를 보내주곤 한다. 모두가 나의 여행 일정을 알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여행의 설렘보다는 떨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저렴한 항공편이 아니면, 새벽에 공항으로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대한항공이라도 시간에 맞추려면 아침 일찍 움직여야 했다. 이른 아침. 아직 어두운 새벽 시간인데도 여행메이트의 배우자 분은 우리를 배웅하고자 먼저 일어나 있다. 오랫동안 국제 무역일을 한 그는 해외에 오고 갈 일이 많았기에 해외로 떠나는 여정에 대해선 누구보다 베테랑이다. 워낙 부지런함이 몸에 베인 분이라, 같이 동행하진 않지만 감독관이 되어 나와 여행메이트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나가도 될 것 같았는데, 이미 우리의 짐은 현관으로 옮겨져 있다. 그가 미리 옮겨 놓았다.
"아, 그렇게 빨리 안 나가도 될 것 같아"
"지금 나가야 해. 가면 공항버스 도착해 있을 거야. 지금 가도 괜찮아"
"내 기억으론 지금 가도 버스 안 와있어서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우리가 빨리 가기를 원하나 봐"
의지보다는 짐이 앞에 먼저 가고 있어서, 우리는 흐름에 따라 움직였다. 새벽시간 대라 그런지, 모바일 택시 호출앱으로 택시를 부르자마자 짜인 시나리오처럼 빠르게 도착했다. 잠시 동안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해 멀어지는 거리감을 느끼기도 전에, 이미 택시의 문은 닫혔다. 차마 잘 다녀올게라고 인사도 하지 못했다. 창 너머로 손은 흔들고 우리는 그렇게 청량리 공항버스 탑승장으로 향했다. 속도감 있던 택시 탑승 과정과는 달리 택시 아저씨의 선곡은 취향저격 그 자체였다. 여행 메이트도 애정하는 가수, 이수영의 '스치듯 안녕'이다. 새벽 택시에서 이런 감성을 느낄 수 있다니. 첫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며, 잊고 있었던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들을 모바일 앱에서 찾아 하트를 눌러 놓았다. 역시나 너무 빨리 도착했다.
공항버스는 도착하지 않았고, 외국인 여행객들로 보이는 무리가 자기 몸만 한 캐리어를 껴안고, 승강장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과거 경험을 살려 버스정류장 건너편 24시간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아침을 해결했다. 새벽 공항버스를 종종 탔던 나에게 이곳은 익숙했고, 앉아서 간단한 요기를 하며 하노이에 도착하면 어떤 것들을 할까 잠깐의 대화를 하던 사이 슬슬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제 정말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