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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ug 16. 2020

밖에 들리는 웃음소리

시골에서 한달살기

엄마집에 온지 2주째다.

아이들 방학을 맞이해서, 엄마집에서 한달을 보내려고 내려왔다.

앞마당에 설치한 수영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발가벗은 몸으로, 4명이서 신나게.


여동생과 나는 같은 해에 결혼해서 같은 해에 아이들을 낳았다. 지금껏 워킹맘으로 살아온 탓에 동생옆에서 동생의 돌봄을 구하고자 했으므로, 지금은 같은 아파트에 동만 다르게 살고 있다. 출근할 땐 동생이 아이들을 봐주곤 했다. 가족들을 아우를줄 아는 착한 동생이라 내 아이들도 군말없이 받아주었다. 그렇게 아이들 4명은 형제 아닌 형제가 되었다. 남자 셋, 여자 한명이니 남매라고 해야하나.


나를 찾는 시간이라 설정하고 휴직을 한 이후로, 아이들을 같이 보고 있는 우리는, 이번 기회에 엄마집에서 한달을 기획했다. 내가 사무실에 나가지않아도 되는 자유의 몸이므로, 우리가 계획한 것들은 곧바로 실행되었다. 코로나로 등교일이 미뤄졌을때 엄마집에서 일주일 생활한 이후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보완해서 큰 줄기의 계획도 세웠다. 그렇게 우리의 한달살기가 시작되었다.


대략의 업무분장, 아이들이 하루동안 최소한 해야 할것, 하지말아야 할것을 정했다. 아침이 되면 밥을 먹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신이 났다. 밖에는 수영장이 있고, 잔디도 있고, 곤충도 있었으므로 놀자고 엄마를 찾는 일이 덜했다. 하지만 애들과 놀아주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늘어났으므로 자연스레 나눌 대화도, 일들도 늘어났다. 그러니 내 시간을 악착같이 확보하지 않으면 어영부영 하루가 그냥 지나가버리기 일수였다.


한달동안 사는 것이니 각자 방이 있어야 할 것 같아, 2층 다락방으로 우리 방을 정했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순간, 나만의 공간으로 탈바꿈을 하니까. 엄마에게 얘기해서 내 책상도 하나 마련했다. 커다란 창 앞에 책상을 놓고 내 책들을 쌓아두었다. 




창 밖으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지금 물놀이를 하고 있다. 지하수라 물이 차가울텐데, 그냥 즐거운가 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커다란 창으로 들어오는 여름의 향기를 맡는다. 눈만 들면 보이는 초록이들에 눈도 호강중이다. 2층의 내 세계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저 듣기좋은 음악이다.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은,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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