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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07. 2020

힘들다

매일글쓰기 D-7 with conceptzine

끔찍한 하루를 보냈다.

여느 때처럼 잘 자고 일어나, 늦잠을 좀 자긴 했지만 깨어있는 시간이라도 알차게 보내자고 다짐하던 차였다. 해야 할 일부터 하나하나 차곡차곡해 나가며 오늘 하루를 알차게 채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시아버지 전화가 온 것은 10까지 해야 할 일 중에 막 2를 시작할 무렵이었다.


봐야 할 강의 영상이 있는데, 와이파이로 볼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잠시 우리 집에 와서 봐도 되겠냐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오늘 나의 모든 일정은 꼬이겠구나 예감했다.


시댁의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프린트해야 할 것 때문에, 강의를 듣기 위해 와이파이가 필요해서, 우리 집에 최근 서너 번 오셨다. 그때마다 거의 5시간을 꼬박 머물다가 가셨는데 옆에서 내가 뭘 거드는 것도 아닌 데 가시고 나면 힘이 쫘악 빠졌다.


결혼하고 시댁에서 5년을 같이 살았었다. 강압적인 것도 아니었고 내가 동의한 것이었음에도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나는 듯 한 공간에 있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가시고 나서도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시는가' 원망스러운 마음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 나의 회복탄력성은 아직도 왜 이 모양인가 자괴감이 들었다. 이젠 조금은 달라졌을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어두운 감정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


뒷목까지 뻐근해질 정도로 피곤 해진 건 그동안의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겠지. 1회성 만남은 이젠 바로 잊을 수 있었는데 이 시간까지 나를 괴롭히는 걸 보면 이렇게 계속 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 큰 것 같다. 같이 살 때 느꼈던.. 바로 그 느낌. 이 괴로움은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워했던 어리석은 생각.


이런 감정으로 남은 하루를 소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미움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나를 꼼짝 못 하게 했던 미움.. 그래 나는 이기적인 그분을 미워했었다. 분가하고 5년이 지난 지금도, 내 안에 곪아있던 상처는 똑같구나, 느껴지는 밤.


나를 살리는 생각을 하고 싶다. 자꾸 안 좋은 생각으로 괴로워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오늘은 그게 안 되는 날. 나를 위한 치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언제쯤 나는.. 이런 느낌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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