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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Jul 14. 2021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

고양이 용이를 통해 알게 되는 것들

지금 아기 고양이 용이는 내 앞에서 온 몸을 길게 늘어뜨린 채 자고 있다.

자는 모습은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예쁘고 귀엽다. 처음 우리 집에 올 때보다는 많이 자랐지만, 아직도 아기아기한 모습이 있는 용이는, 이제 3개월 차를 살고 있는 아기 고양이다.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무서워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어쩌지 못해 집에 데려와 얼떨결에 집사가 된 이후 나는 용이에게 치열하게 적응해나가고 있다.


매일 치워야 하는 고양이 화장실과 밥을 주고 물을 갈아주는 것, 제때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참기 힘든 건 자꾸 같이 있고 싶다고 울어대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 집 문을 마음대로 열어 놓을 수 없고 내 공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하루에도 네댓 번 온몸의 솜털까지도 곤두 설정도로 깜짝 놀라는 것이다.


고양이답지 않게 애교도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용이는 곁에 사람이 보이지 않으면 그렇게 찾아댄다. 고양이는 야행성이라더니, 특히 밤엔 좀 심하다. 이갈이 시기라그런지 자꾸 물어서 아이들과 같이 잠을 자는 건 불가능해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그렇게 방문 앞에서 운다. 새벽에도 울음소리 때문에 잠이 깨 거실로 나와서 놀아주다 잠을 설친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살금살금 쥐도 새도 모르게 옆에 와서 와락, 덤빌 땐 식은땀이 삐질 날 정도다. 막연히 가지고 있던 고양이데 대한 두려움은 자꾸 그런 행동을 경계하게 만들었다. 긁혀서 피가 나도 보고 있을 때 그러면 좀 나은데, 나도 모르게 와서 와락 덤벼 긁히거나 물리면 무섭고 화가 난다. 용이에 대한 화는 내가 아픈 것보단 '두려움'에 더 비중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아침, 첫째 아이가 학교 가기 전 용이와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러웠다. 아이에게는 용이에 대한 두려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용이가 다리를 잡고 물어도 깔깔깔, 슬금슬금 와서 왁, 해도 '깜짝 놀랐잖아~'하곤 깔깔깔. 어쩜 저럴 수 있지? 생각하다 아, 내가 있는 그대로의 용이를 받아들이지 못해서 그렇구나 싶었다.


고양이는 원래 소리 내지 않고 슬금슬금 걷는다. 하지만 몇 번 깜짝 놀라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걷는 게 싫었다. 원래의 모습을 부정하고 있는 거다. 단순히 걷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용이에게 화를 내는 거의 대부분이 고양이의 원래 모습이었다.


계속 같이 살아가려면 나는 용이의 원래 모습 그대로를 잘 알고 받아들여야 한다. 용이의 모습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함께 하는 생활은 지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용이를 통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고양이)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잘할 수 있을 거다.



오늘도 내 책상을 다 차지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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